국내 온·오프라인서 신드롬...해외서도 예상치 못한 호응



올여름을 가요계를 강타했다. 'K팝 에너자이저' '제2의 전성기'라는 말도 나온다.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이다.

지난달 15일 발매된 싸이(본명 박재상·35)의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이 5일 현재 각종 음원차트에서 20여 일째 1위를 달리고 있고 유튜브 조회수도 1천300만 건을 돌파했다.

'폭탄 웃음'으로 무장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대구스타일' '홍대스타일' 등의 UCC도 온라인에 쏟아졌다.

뜨거운 반응은 오프라인에서도 나타났다.

거리, 카페 등 도심 곳곳에서 '오, 오, 오, 오, 오빤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온다. 싸이가 행사 무대에 설 때면 관객들은 합창을 한다.

흥미로운 건 '내수용 가수'로 분류된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해외 방송과 언론이 주목했고 유명 팝스타들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호평했다는 점.

5일 인터뷰한 싸이는 "2001년 데뷔곡 '새' 이후 10여 년 만의 히트인 것 같다"며 "해외에서도 반응이 오니 나와 소속사(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형 모두 당황하고 있다"고 '껄껄' 웃었다.

◇뮤비 패러디 UCC 쏟아져.."'새' 때와 같은 체감" = 투애니원, 씨스타, 티아라 등 걸그룹 강자들이 떡 버틴 온라인 시장에서 이 정도로 셀 줄 몰랐다. 20-40대 주축의 대중이 아이돌 가수의 팬덤을 이겼다는 말도 나온다.

온라인에서는 '조성모 이후 남자 가수 음반은 처음 샀다' '40대, 50대까지 흥겹게 만드는 노래' '클럽에서 이 노래로 나오면 단체로 말춤 춘다' 등 폭넓은 연령대의 댓글이 잇따랐다.

싸이는 "지난 3일 여수엑스포에서 '강남스타일'을 부르는데 관객들이 합창해 소름 돋았다"며 "사실 히트곡으로 여기는 '챔피언'도 발매 당시에는 장나라 씨에게 밀렸고 두 번의 월드컵을 거치며 '성장한' 노래다. '강남스타일'은 '새' 때와 같은 체감이다"고 말했다.

네티즌은 마치 놀이처럼 '대구스타일' '홍대스타일' '오만스타일' '기숙사스타일' 등 뮤직비디오 패러디 UCC를 올리고 있다. 개그맨 남희석은 트위터에 '오빠는 충남스타일'이라고 자신과 최양락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패러디 UCC를 봤냐"고 묻자 '껄껄' 웃었다.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하하. 패러디 영상을 올려주는 분들이 무척 고마워요. '강남'은 서울의 지엽적인 지역이잖아요. 공연 투어를 하면 '그 지역 이름으로 바꿔 불러야 하나'란 생각도 했는데 이런 영상이 이미 그 부분을 메워주는 것 같아요."
그는 '강남스타일'은 고심 끝에 나온 곡이라고 소개했다.

"현석이 형과 '사람들이 처음에 왜 날 좋아했을까. 그걸 다시 해보자'고 논의했고 6집 작업에 착수했어요. 유건형과 함께 작곡한 뒤 제가 작사를 하는데 딱 일곱 단어의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는 거예요. 퍼뜩 떠오른 게 '오빤 강남스타일'이었죠."

그는 개인적으로 더욱 기쁜 건 오프라인에서의 반응이라고 했다.

그는 "난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반응을 믿는다"며 "온라인이 다세대를 위한 플랫폼은 아니기에 음원차트 1위를 해도 '전국에서 그 노래를 알까'라고 의구심을 갖는다. 남도 끝인 여수엑스포에서 다세대 관객의 합창을 듣고 실감했다"고 말했다.

◇해외 매체.네티즌도 호응.."데이타 없는 동네, 신기해" = 모두가 한국을 넘어선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해외 시장은 '아이돌 가수의 전용 필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모션 한번 없이 해외에서 관심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CNN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대해 "꼭 봐야 할 비디오"라고 소개한 뒤 강남이 서울의 매우 부유한 지역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또 미국 온라인 매체인 허핑턴포스트도 '거부할 수 없는 중독성 강한 바이러스 같은 K팝 스타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싸이를 다뤘다.

전세계 아이튠즈 댄스차트에서는 '강남스타일'이 핀란드 1위, 뉴질랜드 3위, 덴마크 4위, 미국 7위 등 '톱 10'에 대거 올랐다.

티-페인, 로비 윌리엄스, 조시 그로반 등의 해외 팝스타들도 각자의 SNS와 블로그에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올리며 관심을 나타냈다. 해외 네티즌의 뮤직비디오 패러디 UCC도 속속 올라왔다.

싸이는 "아이튠즈에 음원을,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만 공개했을 뿐 그 어떤 프로모션도 하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유튜브의 힘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라고 놀라워했다.

"'새'도 뜰지 몰랐지만 그 결과를 통해 신곡을 낼 때마다 반응을 예상했죠. 이처럼 누적치가 있으면 데이터가 생기는데 해외는 제게 누적치가 없는 동네예요. 정말 신기해요."

그는 CNN 보도에 대해서도 "국내 뉴스에서도 방송 말미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는 '해외 토픽'을 보여주지 않나"라며 "뮤직비디오가 재미있으니 CNN도 그런 차원에서 보도한 것 아닐까. 하하. 그런데 아이튠즈 차트가 움직이는 건 진짜 신기하다"고 말했다.

◇노래.춤.뮤비 삼박자.."B급 코미디 정서" = 이같은 반응은 노래, 춤, 뮤직비디오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여기엔 모두 'B급 코미디 정서'가 관통한다는 점이다.

싸이는 "데뷔 때부터 내 모토는 웃기되 우습지 말자는 것이었다"며 "노래, 춤, 뮤직비디오를 관통하는 비주류 유머 코드가 적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클럽 댄스곡으로 흥겹다. 특히 입에 착 달라붙는 생활밀착형 노랫말은 '싼 티'로 치부하기엔 번득이는 재치와 유쾌함이 있다. 스스로 가슴으로 쓴 노래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신나고 재미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그렇기에 '오빤 강남스타일'이란 가사는 마치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퍼지고 있다. 앞서 그가 만든 노래들인 '새'에서는 '완전히 새됐어~',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에서는 '누난 내 여자니까~' 등의 부분이 크게 히트한 사례도 있다.

"구어와 생활형 가사 덕에 사람들은 제가 만든 노래 제목보다 가사 일부분을 더 기억했죠. 음악은 보통 곡을 기준으로 발라드, 힙합, 댄스, 록 등의 장르로 구분하지만 만약 가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액션, 멜로, 코믹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가사의 장르는 코믹인 셈이죠."

이 노래에 딱 들어맞는 핵심 안무인 일명 '말 춤'은 '막춤'에 가깝다. 양다리를 벌리고 손을 앞으로 모아 말을 타는 듯한 춤으로 집단 댄스가 가능할 정도로 따라 추기 쉽고 재미있다.

실제 CNN 보도에서는 뉴욕 현지 기자가 "15차례나 봤다. 오늘 밤 집에서 따라해 보려고 한다"고 했고 미국 일부 지역에서 전파를 타는 아침방송 '아이 오프너 TV(Eye Opener TV)'에서는 출연자들이 스튜디오에서 '말춤'을 따라 추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어를 이해 못 하는 해외에서 반응을 이끌어낸 일등 공신은 뮤직비디오다. 유튜브에는 뮤직비디오를 보며 박장대소하는 외국인들의 영상이 속속 올라온다.

뮤직비디오 속 싸이는 사우나, 관광버스 안, 한강의 오리배 등지에서 '말춤'을 추거나 여성 댄서들과 코믹한 장면을 연기한다. 유재석, 노홍철, 포미닛의 현아 등 카메오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싸이는 "뮤직비디오의 아이디어는 전부 내가 낸 것"이라며 "목표는 하나였다. 한심한 남자가 되자였다. 영화 '총알 탄 사나이' '못 말리는 비행사' '미스터 빈' '덤 앤 더머' 등의 주인공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운 좋게도 국내에서 이는 '개가수(개그맨 겸 가수)' 열풍과 여름이란 계절적인 상황도 뒷받침됐다고 했다.

"개가수(UV, 형도니와대준이, 용감한녀석들 등)들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어 대중이 유머 코드를 더 쉽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또 그간 초가을, 겨울에 음반을 냈지만 신나는 노래이다 보니 여름에 활약이 남다른 것 같아요."

◇"해외 반응 아직 허상인 듯" = 이번 결과를 통해 미국, 일본 등 해외 활동에 대한 용기도 얻었을까.

싸이는 가을께 일본 시장에서 '롯폰기스타일'을 선보이기 위해 이미 가사 번안 작업까지 마친 상태다.

그는 "지난 1월 일본에서 열린 YG패밀리 공연 때 '간 김에 시원하게 놀다 오자'는 생각이었는데 내 무대에 관객들이 뛰는 걸 보고 가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미국 시장 도전에 대한 그의 대답도 명쾌했다.

"미국은 전 세계 가수들이 도전하고 싶은 시장이죠. 사실 제가 미국에 가더라도 두려울 게 없는 게 안돼도 쪽팔리지 않거든요. 사실 이번 해외 반응은 아직 '허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기회가 되면 미국에 가서 '말 춤' 한번 추고 오고 싶어요. 하하."

그는 이어 "아직 미국에서 콘서트를 한 적이 없지만 만약 공연 기회가 생기면 '강남스타일'의 '말 춤'과 국내 공연에서 선보인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Single Ladies)' 패러디 무대는 꼭 보여주고 싶다"고 다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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