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여름을 뜨겁게 달군 올림픽 태극 전사들이 돌아온 현장에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주 귀국행렬에 합류하지 않았던 리듬체조, 유도, 핸드볼, 복싱 등 2012 런던올림픽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 54명이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기존에 입국한 메달리스트 29명을 포함해 4년간의 고된 훈련을 메달로 보답 받은 선수 34명은 환영 기자회견에 참가해 의기양양한 기백을 뽐냈지만 고된 훈련을 버티고도 고배를 마신 선수들은 쓸쓸히 공항을 떠났다.

양궁 2관왕을 달성한 기보배(광주광역시청)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며 “런던에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애를 많이 먹었지만 선수들이 잘 준비했기에 그런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그간 악플 때문에 속 앓이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방글방글 웃으며 말을 이어가던 기보배는 “개인전 금메달이 운이었다는 댓글을 보고 속상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기보배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밤이면 나방과 싸우고 모기에 뜯기며 훈련한 결과다. 그런 말은 안했으면 좋겠다”라고 씩씩하게 말을 마쳤다.

한국 체조 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낸 양학선(한체대)은 벌써 4년 뒤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내다봤다.

양학선은 “체조 종목은 올림픽이 끝나면 규칙이 바뀌는데 그 규칙에 잘 적응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의 한을 4년 뒤 런던에서 금메달로 푼 유도의 김재범(한국마사회)은 “올림픽 자체가 두렵진 않았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지 알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너무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다음 올림픽에 나갈 기회를 준다면 더 좋은 모습으로 감동을 주겠다”며 4년 뒤 올림픽을 향해서도 기꺼이 도전할 의사를 밝혔다.

사격 50m 권총과 10m공기권총 2관왕에 오른 진종오(KT)도 김재범과 뜻을 같이했다.

진종오는 “4년 뒤라면 운동선수로서 고령이지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권도에서 유일하게 금메달을 안긴 황경선(고양시청)은 이번 올림픽에서 태권도 종목의 성적 부진에 대한 생각을 묻자 죄송스럽다면서도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황경선은 “외국 선수들이 매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를 따라잡으려면 국제대회에 많이 나가야 한다”며 “우리 선수들에게 국제대회에 나갈 기회를 줘서 빠른 시일 내로 외국 선수들을 따라잡는 게 시급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누구보다 씁쓸했던 것은 세계의 벽을 실감한 채 귀국길에 올랐던 선수들이었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맏언니 우선희(삼척시청)는 과로 때문에 입술이 다 터진 수척한 모습이었다.

우선희는 “담담했었는데 한국에 오니까 또 울컥한다”면서 “더 좋은 성적을 냈다면 더 많은 환영을 받았을 텐데”라며 씁쓸해했다.

이어 그는 “리그가 바로 시작해서 쉴 수 없을 것 같다”며 “일단 오늘은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덧붙였다.

역대 한국 선수 중 최고 순위 타이기록인 11위에 오른 근대5종의 정진화(한체대)도 만족스럽진 못한 표정이었다.

정진화는 “메달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만족은 안 된다”며 “올림픽이라서 그런지 긴장이 많이 됐다. 이번 올림픽을 발판삼아 아시안게임에는 꼭 메달 소식을 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근대5종의 승마경기 중 낙마를 딛고 완주에 성공해 34위에 오른 황우진(한체대)도 “낙마 사고 때문에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육상을 보완해서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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