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5년내 軍 30만명으로 감축… 모병제로 전환하겠다”

양복바지 아래로 보이는 초록색 운동화로 눈길이 먼저 갔다. “운동화 끈을 다시 매고 새로운 각오로 임하자는 뜻”이라는 그의 말에서 결기가 느껴졌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요즘 운동화를 신은 채 전국을 종횡무진한다. 그의 모토인 ‘아래에서부터’처럼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난다. 손을 움켜쥐고 격하게 끌어안으며 온몸으로 지지를 호소한다. 경남에서 8차례 선거에 나섰을 만큼 선거에는 이골이 난 사람이지만 대선이 주는 무게감 탓일까, 경선 초반의 여유는 사라졌다.

그는 두 번의 낙선 끝에 어렵게 얻은 도지사직까지 던졌다.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그와의 인터뷰는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나.

“영어를 좀 쓰자면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체제전환)’,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다. 이명박 정부에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서민의 삶과 대한민국 평화가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이전,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같은 대표 공약이 있었다. 대표 공약은 뭔가.

“우리의 미래는 북방경제에 있다. 북방경제를 하려면 평화가 보장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리가 선제적으로 군축을 단행해야 한다. 2010년 기준으로 병력이 65만 명인데 집권 5년 동안 35만 명을 줄여 30만 명으로 만들겠다.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실시하겠다. ‘그랜드 비전 3080’(1인당 국민총소득 3만 달러 시대의 통일국가 인구 8000만 명을 달성한다는 의미)도 핵심 공약의 하나다.”

―북한은 가만있는데, 우리만 먼저 군축을 하면 남북 전력 균형이 깨지는 것 아닌가.

“현대전은 병력전이 아니다. 모병제로 전환하면 첨단장비를 훨씬 더 잘 다루는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전력이 강화된다. 군축을 통해 절감된 예산으로 정예 강군을 만들면 경제적 효율이 높아져 국내총생산(GDP)도 증가한다. 세계적인 추세는 모병제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이 다 모병제다. 중국과 대결 관계인 대만도 내년부터 모병제를 한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지난해 ‘우리나라 적정 병력은 25만 명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아도 선제적 군축을 할 건가.

“선제적 군축을 하면서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겠다. 집권하면 미국과 북한을 방문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6자회담을 재개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

―지지율이 답보 상태다. 당내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나.

“새누리당 경선이 20일 끝나고 25일부터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면 유권자들이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초기에 제주와 울산 경선에서 이겨 전기를 마련할 테니 두고 봐라. 2002년 ‘이인제 대세론’이 압도했지만 결국 뒤집어지지 않았나. 지금은 문재인 의원이 앞서가고 있지만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 결국은 ‘누가 박근혜를 이길 것인가’를 놓고 판단하지 않겠나. 호남 당원과 대의원들이 전략적 판단 수준이 높다. 하루아침에 ‘김두관이다’라는 판단을 할 것이다. 그러면 좍 올라간다.”

―경선에 이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단일화하는 상황이 된다면….

“안 원장은 정권교체를 함께 할 소중한 사람이다. 그러나 정치는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다. 도지사도 혼자 하기 힘들더라. 하물며 대통령은 정당이 뒷받침하기도 쉽지 않은데,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정당과 행정 경험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도 안 원장은 나하고 통해야 하는데, 안 통하고 있다.”

―당내 경쟁 후보를 평가해 달라.

“다른 후보들을 비판하다가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내가 경쟁자들 덕담이나 하려고 도지사직까지 내놓고 배수진을 친 게 아니다. 우리 당의 대선후보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첫째는 민주개혁 세력의 정통성, 둘째는 기득권에 물들지 않고 기득권과 타협하지 않는 강한 의지, 세 번째는 영호남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고루 득표할 수 있어야 한다. 세 가지를 다 갖춘 후보는 김두관밖에 없다.”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에 대한 평가는….

“박 의원과 저는 대척점에 있다. 열 살 때 청와대에 들어간 박 의원은 통치를 통해 정치를 배웠고, 저는 자치를 통해 정치를 배웠다. 불행하지만 김재규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를 안 당했으면 지금 박 의원이 세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5·16에 대한 박 의원의 역사 인식은 21세기 리더로서는 문제다. 4·19민주혁명의 성과를 무너뜨린 5·16군사정변을 옹호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다.”

―대선에서 다른 후보들이 박근혜 의원과 1 대 1 대결을 해도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김두관만 이긴다고 해야 하는데….(웃음) 많은 사람이 김두관이 표의 확장성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이장 출신 최초 대통령, 군수 출신 최초 대통령, 전문대 및 지방대 출신 최초 대통령이다.”

―개헌에 대한 생각은 뭔가.

“집권 즉시 정당 노동계 시민사회 학계 등이 참여하는 헌법개정위원회를 발족해 1년 안에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겠다. 당의 대선후보가 되면 당과 상의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겠다.”

―역대 대통령들이 친인척 비리로 곤경에 처했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은 있나.

“측근과 친인척을 담당하는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중립적 기구로 만들어 친인척 재산공개도 하고 상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재벌정책은 뭔가.

“예를 들어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은 구글, 애플 등 세계적 기업과 경쟁해야지 골목상권을 위협해서야 되겠나. 대기업이 세계적 품격을 갖추는 것은 적극 밀어주겠다. 재벌 때려잡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재벌을 해체하겠다는 등 막나가는 사람이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재벌 정상화다.”

―통합진보당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야권연대에 대한 생각은….

“진보나 노동의 가치를 통진당이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노동과 진보가치를 실현하는 민주개혁연대가 필요하다. 통진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자기 변화와 혁신을 하면 연대할 수 있지만 지금 그렇지 못하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부정선거로 당선됐으니 사표를 내야 한다.”

―‘김두관은 ( ) 대통령이다’라는 문구에서 ( )에 어떤 말을 넣고 싶은가.

“‘서민’ 대통령이다.”

―좌우명은 뭔가.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 백성은 가난한 것보다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 고등학교 시절 ‘샘터’에서 이 구절을 읽고 필이 꽂혔다.”

―언제 처음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나.

“남해군수 두 번 하고 그만두면서 도지사 출마했을 때(2002년)다. 미래에 대통령이 돼서 멋진 국가 경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하고 박근혜 의원을 뛰어넘을 수 있는 후보들이 없어서 출마 결심을 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밑에서 경남도지사를 할 수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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