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진보정당 건설 문제를 놓고 대치 중인 통합진보당 신ㆍ구당권파가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강기갑 대표는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구당권파로 불리는 동지들의 백의종군을 요구한다"면서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사퇴와 5ㆍ12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당사자들의 당직 사퇴를 주장했다.

그는 "이 제안은 9월초 개최 예정인 중앙위 전까지 완결돼야 한다"라며 "패권청산과 백의종군이 없다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도, 혁신재창당도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당 해산을 통한 새 진보정당 창당이 구당권파 측의 반대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신당권파가 탈당을 위한 명분을 쌓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ㆍ구당권파는 중앙위 및 당 대회 개최 문제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신당권파는 내달 2일께 중앙위 개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구당권파는 당일 중앙위 대신 당 대회 개최를 요구하며 맞서는 형국이다.

신당권파가 중앙위 개최를 요구하는 것은 세력이 크게 밀리지 않는 중앙위를 통해 당 해산 논의를 하면서 탈당 전 세 불리기를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당권파는 유시민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참여계가 탈당 전열을 갖추고 있고, 심상정 노회찬 의원 주축의 진보신당 탈당파도 내부 단속에 한창이지만, 강 대표가 속한 인천연합 등 옛 민주노동당 비주류 측의 의견이 아직 모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구당권파는 당 대회를 통해 당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강 대표 등 지도부 내 신당권파를 탄핵하고 비대위를 구성해 당권을 재장악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당 대회는 대의원 재적 3분의 1이상의 소집 요구가 있을 경우 60일 이내에 소집하도록 돼 있지만, 당 대회 소집일을 정할 수 있는 당 대회 의장이 부재한 상황이고, 의장의 선출 절차가 까다로워 당 대회 개최일을 정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경우 구당권파는 2일 대의원들을 동원해 당 대회 개최를 강행해 당 대회 효력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신ㆍ구당권파 간의 갈등이 여실히 드러났다.

강 대표는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실망한 노동자, 농민, 민중의 발길을 되돌리려면 자기 것을 내려놓는 희생과 헌신, 결단이 필수적"이라며 "철저한 거듭남은 진보정치가 대선에 출정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구당권파 측의 이혜선 최고위원은 "2일 당 대회를 통해 당을 정상화시키고 통합진보당이 다시 한 번 이 땅의 소외받는 민중들과 함께 하는 정당임을 선언할 것"이라며 "2013년 체제를 대비하는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해 당 대회 개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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