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에서의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법 조항이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하면서 악성댓글이나 명예훼손, 여론조작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직선거법 등 다른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제는 공개게시판의 경우 비실명 회원도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돼 악성댓글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동장치가 줄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포털 등 인터넷 업체들은 악성 게시물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특히 법으로 본인확인제를 강제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의 자율적인 규제와 책임감이 중요해졌다.

방통위는 24일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사업자 스스로 규제를 활성화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본인확인 여부를 사업자 자율에 맡기고 일체 관여·관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방적인 비방·비난의 글이 난무할 경우 포털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악성댓글로 피해자가 생길 경우 피해자가 포털에도 관리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생겼다.

이에 따라 포털은 실명제를 대신한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포털은 이미 자체적으로 이러한 규제를 세워 활용하고 있다.

네이트 뉴스는 악성 댓글 차단을 목적으로 자체적으로 댓글 실명제를 도입했다. 네이버와 다음 등은 이용자들이 악성 댓글을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각 포털은 악성 댓글의 조기 삭제를 위한 모니터링 인원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모니터링과 신고 시스템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관리적인 조치만으로는 악성댓글 원천 차단에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견해다.

따라서 명예훼손 등 위법한 악성댓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재문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장은 "명예훼손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온라인상 분쟁조정 제도를 도입하거나 피해자 권리 구제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명예훼손 사건이 발생한 게시판이 자율적으로 본인확인제도를 운영한다면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수사기관과 협조해 인터넷 주소를 추적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2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본인확인제가 없으면 특정 후보자와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나 의혹제기가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 기간에 후보자나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에 관한 허위사실 또는 사실적시를 통한 비방은 엄격히 금지되고, 인터넷 언론은 게시판과 대화방에 실명확인을 의무 적용해야 한다"며 "본인확인제 폐지가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선거관리위원회가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통위와 포털들은 헌재 판결 내용과 취지를 면밀히 검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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