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모바일투표 로그파일 기록 공개ㆍ투표방식 변경

모바일투표 불공정 시비에 휘말려 초반 파행을 빚고 있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이 27일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민주당은 문제가 된 제주ㆍ울산 모바일투표의 ‘로그파일’을 공개키로 하고 손학규ㆍ김두관ㆍ정세균 등 ‘비문재인(비문)’ 진영 후보들의 경선 참여를 설득하고 있으나 비문후보들은 모바일투표 재실시, 선관위 재구성 등 요구사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경선을 보이콧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아 파행 장기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비문 진영 후보들은 일단 로그파일 조사 결과를 살펴본 뒤 입장을 정리키로 해, 상황에 따라 경선 파문은 조기 수습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민주당 선관위는 전날 밤 선관위ㆍ후보측 연석회의를 열어 비문 후보 측 요구사안을 수렴한 데 이어 이날 회의에서 제주ㆍ울산 모바일투표의 로그파일 기록을 공개하기로 했다.

선관위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회의를 마친 뒤 두 지역 모바일투표의 로그 파일을 열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또 이날 진행 예정이던 강원지역 모바일투표도 후보 측 요구에 따라 연기키로 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모바일투표시 후보 거명 방식과 관련, 현행 기호순에서 순환식으로 변경하기로 의결했으며, 향후 경선 일정도 차질 없이 진행키로 했다.

이해찬 대표는 “선거인단이 더욱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보완해 충북 경선부터 적용하겠다”며 “후보들도 보완 방식에 참여해 경선이 원만하고 감동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말했다.

비문 진영 후보들은 전날 밤과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손 후보는 오전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선대위회의를 주재하며 선거 관리 불공정성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손 후보는 회의에서 “적당히 봉합하는 것은 민주당이 적당히 죽는 길이다”며 “환부를 두려내는 것이 민주당이 사는 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두관 후보 측 민병두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당 경선 규칙 제정 과정 및 관리 부실에 언급, “일련의 과정이 편파적이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불신과 의혹이 누적되고 축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선관위의 모바일투표 로그파일 기록 공개는 경선 파행 장기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 후보는 지도부의 당 수습방안과 모바일투표 로그파일 기록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구체적인 입장과 대응 방안을 제시키로 했다.

손ㆍ김 후보는 지도부의 수습방안이 미흡하다는 반응이어서 경선 보이콧 노선을 견지할 가능성이 큰 반면 정 후보는 “경선룰과 TV토론회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일단 오후 청주에서 열리는 충북지역 TV토론회에는 참석하기로 했다.

당 핵심인사는 “모바일투표시 안내 메시지를 끝까지 듣지 않고 투표해 ‘미투표’로 간주된 건수가 의미있는 수치를 넘지 않으면 경선 방식의 불공정 문제를 더이상 제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경선 파행 사태의 근본 원인이 ‘이박문(이해찬-박지원-문재인) 연대설’을 초래한 특정 계파 기득권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 관계자는 “후보들이 정말 바라는 것은 경선 방식의 기술적인 문제 해결이라기보다는 계파 기득권 해체가 아닌가 싶다”며 “지도부의 인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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