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씨 혼자 썼거나 배달사고 가능성 적어"

대검 중수부가 지난 4·11 총선 전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면서 32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친노(親盧) 인터넷 방송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51)씨에 대해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돈이 실제로 '공천 헌금'이라는 명목으로 민주당 인사들에게 유입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까지 돈의 사용처까지는 수사가 못 나간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이달 초 이 사건에 대한 유력한 제보를 접수해 양씨와 양씨에게 돈을 건넨 세무법인 대표 이모씨 등 3명의 계좌추적 작업을 은밀하게 해왔다.

검찰은 32억8000만원이 모두 계좌로 건네진 사실을 확인한 뒤 토요일인 25일 전격적으로 양씨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양씨 등 4명을 체포했고,

27일 새벽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극도의 보안 속에서 양씨의 신병 확보에 집중했기 때문에 사용처 수사까지는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을 알선하겠다며 30억원대의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경숙 라디오21 전 대표(왼쪽에서 둘째)가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전날인 2011년 5월 22일 봉하마을에서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맨 왼쪽),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오른쪽에서 둘째)씨, 노혜경 전 청와대 비서관(맨 오른쪽)과 함께 있는 모습. /윤승용 블로그
검찰은 일단 32억8000만원이 적지 않은 금액인 데다, 양씨가 이씨 등에게 민주통합당 실세 인사들과의 친분을 팔았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양씨가 이 돈을 혼자서 썼거나 '배달사고'를 냈을 가능성보다는 실제 민주당으로 일부 금액이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더욱이 검찰이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양씨 계좌에 들어왔던 32억8000만원은 이미 전액 인출돼 해당 계좌에는 돈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돈 흐름으로 봤을 때 어딘가로 돈이 전달됐다고 의심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양씨가 받은 돈이 32억8000만원 말고도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양씨에게 돈을 준 세 사람 가운데 세무법인 대표 이모씨는 18억원, 사업가인 F사 대표 정모씨는 12억원 등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약속한 돈을 모두 양씨에게 준 반면,
 
강서구청 산하 단체장 이모씨는 당초 17억원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2억8000만원만 건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양씨의 신병을 확보하면 양씨가 이들 말고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공천과 관련한 돈을 받았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양씨가 이씨 등에게 받은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상으로 검찰이 우선적으로 의심하는 게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다.
 
이씨 등 양씨에게 돈을 건넨 3명은 "양씨가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부탁해서 공천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박 원내대표는 "공식 후원금 외에 양씨에게 단 한 푼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이 사용처 수사를 통해 진위를 밝혀야 할 부분이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이씨 등에게 박 원내대표를 언급해 가면서 '비례대표 ○○번이 될 것 같다'는 식의 문자메시지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정치권에선 박 원내대표 외에 1~2명의 민주당 유력인사들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양씨는 수사를 받기 전에 이번 사건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참 웃기는 세상, 웃기는 자들… 지나가는 개도 웃겄다… 공천헌금이라니?"라며 "쓰레기 청소 하는 날이 되려나? 박, 최, 김, 임 그리고 유…ㅎㅎㅎ! 자신들의 무덤인 줄 모르고!"라고 썼다.
 
검찰은 "박·최·김·임·유씨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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