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쓰는 대출 비중이 2년여 만에 반토막 났다.

은행과 대출자가 CD를 외면한 결과다. 앞으로 2~3년 안에 CD 대출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30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원화대출 잔액 1천93조원 가운데 CD 연동 대출은 297조1천억원(27.2%)이다.

CD 연동 대출 비중은 2009년 12월 말 49.6%에서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대출 잔액은 3월 말 327조3천억원과 비교해 3개월 새 약 30조원 감소했다.

최근 2년간 CD 대출 비중은 3개월마다 2~3%포인트씩 낮아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추세면 2~3년 뒤 CD 대출이 완전히 자취를 감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가계대출의 CD 연동 대출이 급격히 줄어 2009년 12월 말 72.1%에 달하던 비중은 올해 6월 말에는 33.9%로 급감했다. 2년 반 만에 절반 이하가 된 것이다.

기업대출에서도 CD는 외면당했다. 이 기간 32.8%에 달하던 CD 연동 대출의 비중이 21.7%로 낮아졌다.

CD 대출 감소세는 최근 부쩍 두드러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금리 조작' 의혹을 품고 조사에 착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과 기업 모두 새로 대출을 받을 때 CD 연동 상품을 고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CD의 빈자리는 대부분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코픽스(COFIXㆍ은행자금조달지수) 연동 대출이 메웠다.

6월 말 코픽스 가계대출 잔액은 155조2천억원으로 전체의 34.2%로 CD 대출 비중(33.9%)보다 커졌다. 가계대출에서 코픽스가 CD를 역전한 것은 2010년 1월 코픽스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2010년 9월 말 10.2%에 지나지 않던 코픽스 연동 가계대출 비중은 분기마다 3~6%포인트씩 꾸준히 늘었다.

코픽스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대출금리가 CD보다 낮고, 변동폭이 비교적 작다는 점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CD 연동이 4.36~5.86%지만, 코픽스 연동은 신규 기준이 4.18~5.68%, 잔액 기준이 4.21~5.41%다.

2004년 CD 금리 연동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직장인 유모(57)씨는 "요즘 CD 금리의 문제점이 많이 지적된 데다 코픽스 대출이 더 낮아 갈아탔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가계 신용대출과 기업대출에 주로 적용될 단기코픽스가 도입되면 CD 대출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단기코픽스 대출이 CD 대출과 금리가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게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의 단기자금 조달 비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단기코픽스는 CD보다 가산금리를 더 낮게 매기는 게 여러모로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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