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헌금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30일 ’라디오21’ 편성본부장 양경숙(51ㆍ구속)씨가 공천희망자들로부터 건네받은 32억여원을 전국 각지의 금융기관 지점에 송금한 사실을 밝혀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 중 일부 의심되는 송금 내역을 포착했다. 정치권 인사나 관련된 법인에 일부 자금이 흘러들어 갔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가 받은 돈 액수가 좀 있다 보니까 여기저기 전국 은행(지점)으로 송금이 됐다”면서 “송금내역 중 (수취인명) 위변조가 의심되는 것도 있고 진짜인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씨가 문화네트워크, PR네트워크 등 법인 명의로 제1ㆍ2 금융권에 개설한 5개 계좌에서 돈이 인출된 정황과 양씨 진술, 송금된 계좌의 사용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다.

양씨는 검찰 조사에서 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검찰이 밝혔다. 양씨는 그동안 투자금 명목이라며 공천 관련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가 단순히 투자 목적이 아니라 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면서 “(양씨의 개인 사기가 아닌) 무엇인가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계좌추적과 함께 양씨의 PC와 노트북, 외장하드 등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으며 양씨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공천희망자 3인과 박 원내대표 사이에 주고받은 통화ㆍ문자메시지 내역을 확보해 내용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공천희망자들은 공천 확정발표 전날 박 원내대표와 문자메시지(SMS)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양씨에게 12억원을 건넨 부산지역 사업가 정모(53ㆍ구속)씨는 검찰 조사에서 비례대표 공천 확정발표 전날인 지난 3월19일 밤 박 원내대표에게 ’좋은 소식 바랍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박 원내대표가 ’좋은 소식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답장을 보내왔다고 진술했다

또 양씨에게 17억원을 주기로 약정하고 2억8천여만원을 계좌로 송금한 강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모(56ㆍ구속)씨도 같은 날 박 원내대표에게 공천 여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박 대표는 어렵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는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천 탈락을 위로하기 위한 의례적인 것일 뿐”이라며 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같은 문자메시지가 이들로부터 공천 부탁을 받은 박 원내대표가 성사 여부를 알아보고 답해준 정황으로 볼 수 있지만, 메시지 자체가 위ㆍ변조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통신내역을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자메시지 중에서는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을 수 있어 확인 중에 있다”면서 “수천번 통화해도 결국은 내용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씨가 지난해 말 친노 인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15억원을 내면 민주당 비례대표 중 네티즌 몫으로 배정된 두 자리 중 한 자리를 공천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첩보가 있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한편, 양씨는 총선 직후 한화갑 전 의원을 수행해 재외국민투어 참여 독려를 위한 한인대회 참석차 유럽을 다녀왔으며, 최근에는 다른 사람이 보증금 1억원에 빌린 강북의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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