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후보가 31일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방송토론회에서 예사롭지 않은 격돌을 벌였다.

격돌은 경선 누적 득표 2위인 손 후보가 1위인 문 후보에 매서운 공격을 가하고, 문 후보는 이를 강하게 맞받아치는 식으로 진행됐다.

1, 2위간 치열한 난타전이었고, 향후 경선 국면이 더 뜨거워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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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부산MBC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지역 TV토론회에 출연한 자리에서 문 후보와 손 후보는 당내 민주주의와 부산지역 총선 결과 등을 놓고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포문은 손 후보가 열었다.
손 후보는 상호토론 첫 질문부터 날을 세웠다.
손 후보는 문 후보에게 "문 후보는 '이번 경선이 국민들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 돼야지만 여권후보를 이기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의 경선이 축제가 될 만한 환경이냐"라고 물었다.

문 후보는 "우리가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200만 명 가까운 국민들이 경선에 참여해 민주당 경선을 축제로 만들어 주셨을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모바일 투표 방식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울산경선에 불참한 나머지 후보들을 비판한 것이다.

문 후보는 이어 "문제제기가 된 경선규칙은 선관위를 중심으로 이미 합의된 룰이었다"며 "경선 도중 규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경선판을 뛰쳐나가 국민 불신이 커진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손 후보는 "규칙이 사전에 합의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 합의는 소위 당권파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 후보자들에게 합의할 기회를 제대로 주기나 했느냐"라며 "울산경선이 약속된 행사였긴 하지만 그때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으면 아주 기본적인 잘못도 고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손 후보는 두 번째 상호토론에서도 문 후보에게 질문을 집중했다.

손 후보는 "문 후보는 지난 4·11 총선 때쯤 대통령에 나서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연제구 같은 당선이 어려운 곳에 나가지 않고 편한 사상구에 출마를 했느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문 후보는 사상에서 40%대 득표율을 받았는데 이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김정길 부산시장 후보의 45% 득표율보다 후퇴한 것으로 지역주의로 정치를 시작했으면서 그것도 지키지 못한 게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부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의석 한 석을 얻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 지 모르느냐"며 "그래서 낙동강 벨트라는 전선을 만들어 안간힘을 쓴 것이고 40% 득표율을 얻은 것도 기적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손 후보는 또 "총선 패배 직후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6·9 전당대회를 전후로 가장 큰 비판을 받는 게 (이른바 이해찬-박지원)담합론 아니었느냐. 근데 그때 문 후보는 이를 담합이 아닌 단합이라고 했지 않느냐"라며 "담합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를 외면하게 한 것을 인정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문 후보는 이에 "당 분열이 안타까워 두둔했던 것이고 대립해서 상처내고 분열하는 데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라며 "끊임없이 당을 분열시키는 그런 얘기는 언제적 얘기냐, 경선 파행 극복하고 잘 해보기로 결의하는 마당에 국민들 보는 앞에서 이는 지나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상호토론에 앞서 '정당민주주의와 정치쇄신의 해법'이라는 공통질문에 대한 답변과정에서도 비문 후보진영은 문 후보를 향한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김두관 후보는 "당내에서 누구는 당대표, 누구는 원내대표, 누구는 대선후보 (식으로 역할을 이미 나눠) 하면 어떻게 당내 민주주의가 바로 설 수 있겠나"라며

"특정계파가 싹쓸이하는 당내 패권주의를 없애야 한다. 자신은 칼자루를 쥐고 남에게는 칼날을 쥐라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는가"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이박담합에 문 후보가 동의해 대선주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로 했다고 알려진 것을 비판한 것이다.

손 후보 역시 같은 질문에 "작년 말 야권대통합을 이루면서 민주당에 대한 국민 기대가 컸고 금년 초에는 새누리당보다 10% 이상 정당지지율이 높았는데도 특정세력 중심의 패권, 계파 정치가 살아나 총선에서 패배했다"며 "나는 기득권, 패거리, 지역을 버리는 새로운 정치를 해나가겠다"라며 우회적으로 문 후보를 비판했다.

정세균 후보는 "경선은 여론조사가 아닌데 여론조사와 똑같이 하려면 경선을 왜 하느냐"며 "당의 정책을 설명하고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을 만들어서 해야하는 데 우리가 하는 경선은 과거의 잘못된 동원구조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민주당 완전국민경선에 100만 명이 넘게 참여하고 잇는 것은 좋은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의 경선 결과를 보면 조직동원력이 아닌 민심이 후보를 결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역에서 시작된 민주당 지역순회 경선은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문 후보는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후보별 누적득표수는 정 후보 2162(4.05%), 김두관 후보 8606(16.11%), 손학규 후보 1만4723(27.55%), 문재인 후보 2만7943(52.29%) 등이다.

민주당은 1일 오후 2시 전북 전주체육관에서 5차 지역순회 경선인 전북 경선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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