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교과부는 ‘외고 개편안’을 공개하고, 27일에는 ‘특수목적고등학교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여는 등 제도개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런데, 외고 폐지라는 최초의 문제제기와는 달리, 외고가 축소돼서 존속되거나, 국제고로 바뀔 가능성이 있어 결국 외고가 어떤 식으로든 사실상 존치하는 것 아니냐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 김남근 변호사)는 일단, 외고의 특목고 지위를 없애는 것은 물론, 외고를 폐지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정치권에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이번 외고 폐지 주장이 제기됐지만, 외고가 존속되거나 간판만 바뀌어 사실상 존속되는 것이라면, 애초의 문제제기 취지는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학영재 양성이라는 모호한 목적의 특수목적고인 외고는 그 모호한 목적도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사실상 입시학원과 ‘특권고’ 역할을 해왔고, 사교육비를 폭증시켜왔는데, 이런 ‘외고’라면 폐지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비껴가고 외고의 간판만 바꾸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 정부의 교육문제 해결의 진정성과 실질적인 의지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외고 개편 논란은 외고 폐지를 시작으로, 한국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인, 입시위주교육의 문제를 어떻게 개선하고, 사교육을 줄이면서 공교육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가 공개한 1안과 2안은 현재 외고들에게 선택 전환권을 주기 때문에, 선발권이 보장된 국제고로 간판만 바뀔 우려가 매우 커, 외고 문제의 대안이 아니라 오히려 사교육비를 폭증시킬 수 있다. 특히, 1안은 외고를 그대로 유지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어 전혀 대안이라 볼 수가 없다.

2안은 특목고 지위를 폐지하고, 학생 선발 방식에 있어서 ‘선지원 후추첨’ 방안을 일부 명시하고 있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역시‘이름만 바꿔’ 국제고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외고는 그동안 어학영재를 육성한다는 애초 설립 목적과 달리 입시 위주의 국영수 수업을 강화해왔고, 대입 시에도 많은 특혜를 받고 있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외고 재학생 중 입학 전 특목고 전문학원에서 사교육을 받은 학생이 84.4퍼센트에 이른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외고는 사교육을 조장하며, 평준화 이전의 명문고보다 더한 ‘특권층의 학교’로 군림하고,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켜 한국교육 병폐의 ‘상징’이 된 것이다.

이에 10월 교육위 국정감사에서도 외고의 문제점들이 집중 부각되었고,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외고 폐지안을 제기하였다. 현재 외고폐지 법안에 대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의 80%가 넘게 찬성을 한다고 하는데, 외고의 폐해에 대한 공감대가 매우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고를 폐지하고 나서, 이를 일반계고로 전환할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할지, 외국어중점학교로 전환할지는 다음 문제다. 일단 외고 폐지가 시급한 상황이다.

외고 폐지 후에 어떤 대안을 세울 것인지는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외고 폐지이후 어떤 경우라도 사교육을 부채질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지원-후추첨하는 방안을 강력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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