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등 빼돌린 신한銀 지점 직원 18명 면직

신뢰가 최우선인 금융권이 불신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각종 금융 비리ㆍ사고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의 비리규모는 이미 9조원대를 넘어섰고,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이 금융소비자에게 끼친 유ㆍ무형의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고객 돈을 빼돌리는 횡령은 이젠 큰 충격을 주지 못한다. 개인정보 유출, 고객 계좌 무단 열람에 이어 `덜 배웠다'는 이유로 대출금리를 차별하는 사례까지 성행한다.

금융권에서 각종 모럴해저드에 연루돼 징계받은 임직원은 올해 들어 작년의 두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금융권은 `신뢰회복ㆍ사회공헌'을 내세워 서민ㆍ중소기업 지원 확대, 금리 인하 등 조치를 부랴부랴 내놓았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가깝다. `소나기 비난' 여론을 피하려는 미봉책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뒤늦게 제도개선에 나섰지만, 정권 교체기여서 지속 가능한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민ㆍ사회단체와 학계에서는 더 늦기 전에 금융권이 공공분야에 준하는 직업윤리와 소명의식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자체 감사에서 수수료 등을 빼돌린 직원 18명을 적발, 모두 면직 처리했다.

이들은 몰래 만들어 둔 통장에 고객이 낸 수수료를 넣는 등의 수법으로 수십만~수천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신한은행은 밝혔다.

지난달 29일에는 고객 돈 31억여원을 횡령해 주식투자로 탕진한 시중은행 간부가 경찰에 구속됐다.

금융비리 피해규모는 2006년 874억원에서 2010년에는 2천736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그 이후 공식 집계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나 비리 추세로 보면 피해액은 이전보다 훨씬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비리로 옷을 벗은 금융사 임직원은 무려 469명에 달한다. 올해는 8월 말까지 모두 447명이 징계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2명의 2배가 넘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비리ㆍ징계 규모가 커진 것이다.

금융권의 사후 대응은 진정성과 실효성이 부족해 보인다. 전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금리조작 사건 이후 어느 한 은행이나 증권사도 `내 잘못이오'라고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금융당국의 수장들은 "금리조작이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며 금융권을 옹호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대출서류 조작 사건의 직격탄을 맞은 KB국민은행이 단 한 차례 사과에 이어 대출금리를 내리자 다른 은행들도 뒤질세라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이다.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자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연 12% 내외의 고금리 대출은 전체 대출의 2%에도 못 미친다. 은행의 전체 대출규모가 수백조원인데 비해 최고금리 인하로 줄어드는 은행의 수익은 고작 수십억원에 불과하다.

은행들은 금융소비자보호라는 명목으로 부분적인 조직 개편을 하고 있지만, 내부 감사인력 확충, 징계강화 등 실질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은 갖추지 않고 있다.

감독 당국은 은행들의 `금리장사' 행태를 줄이려고 은행평가 항목에서 수익성 부문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심산이지만 세계 경기침체로 내년에는 금융권의 경영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여 수익성 문제는 `양날의 칼'이 될 공산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대주주 감시ㆍ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저축은행법을 개정할 계획이나 2011년 2월 말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지 19개월이나 흐른데다 정권교체기라서 제도개선이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경제민주화가 정치ㆍ사회적 화두가 된 것을 계기로 금융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치자고 입을 모은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은 공공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공서비스를 하는 만큼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립적 인사의 금융기관장 임명, 감독기구의 금융건전성 감독 외 행위감독 강화, 금융비리 당사자 외 감독자의 책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도 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강화했지만 정년이 짧아져 안정성이 낮아져 한탕주의에 따른 금융비리가 생겨나는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해 솜방망이 처벌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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