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아버지가 “꼭 해라”고 한 일이 한 가지와 “하지 말라”고 한 일이 한 가지 있다.

17대 국회의을 지낸 이계안 전 의원이 자신의 정서를 담은 것을 한권의 책속에 담았다.1988년, 정몽준 현 한나라당 대표가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때
아버지는 “내가 정주영 회장만 못한 것이 무엇이더냐”라며
내가 정치하기를 바라셨다.

1998년, 현대자동차(주) 사장이 되어 고향에 내려가 아버지를 찾아뵈었을 때 마흔 여섯 살의 젊은 나이에 대기업 사장이 된 아들이 자랑스러울 법도 하지만, 아내의 손을 잡고 의기양양하게 찾아간 나를 아버지는 도리어 꾸짖으셨다. "좋은 학교 나와서 저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남자가 할 일이 아니다"

아버지는 늘 내게 利의 길이 아닌 義의 길을 가라고 이르셨고 당신 아들이 기업인으로 성공한 것으로 인생을 끝내길 결코 원하지 않으셨다.

그런 아버지가 내게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책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짧지 않은 옥살이를 더욱 어렵게 한 것이 아버지가 쓴 글 때문이었다는 것은 알게 된 건 그 후로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3년 반 뒤인 2004년 2월,열린우리당에 입당하여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됨으로써 뒤늦게 효자 노릇을 했다. 당시 선거를 치르면서 속성으로라도 책 한 권은 내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 때마다 아버지 말씀을 떠올리며 거절해온 나다. 그런 내가 지난 8월 민성원 소장의 책에「책속의 책」이라는 모양을 빌어 「멘토 이계안의 세상이야기」를 쓴 데 이어, 오늘은 「누가 칼레의 시민이 될 것인가」라는 책을 펴낸다.

말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르듯 글 또한 마찬가지일 터.그러나 삶이 있는 글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고,그것이 또 다른 의미의 희망임을 나는 믿는다.

아버지가 살아생전에 하라는 정치는 결국 돌아가신 후에 시작했다.
그리고 하지 말라고 하신 책 쓰기는 돌아가신 후 어긴 셈이다.
이런, 내가 청개구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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