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이라는 낱말은 하도 막연해서 거론하기조차 조심스럽습니다. 이 시대의 누구를 인물이라 하겠습니까.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다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이 나라가 공화국으로 출발한 뒤 그 이름 석 자 앞에 ‘대통령’ 석 자가 붙은 사람이 열은 되는데 우리가 진정 ‘인물’이라고 꼽을 수 있는 지도자는 두 세 사람 밖에 되지 않습니다.

오는 12월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면서 새누리당은 후보를 이미 정해 놨으니 박근혜가 과연 이승만‧박정희와 맞먹는 역사상의 인물이 될지 안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아직 그런 ‘인물’ 후보도 선택하지 못하여 고민 중에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의 일관된 주장은 무엇입니까. 단지 ‘정권교체’입니까. 박근혜가 이끄는 새누리당이 당사나 사무용기구는 한나라당 것을 물려받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한나라당은 문을 닫은 지 이미 오래고 이 당도 신당이라면 신당이고 야당이라면 야당 아닙니까.

민주당은 정권교체 하나를 위해 몸을 부풀리다 보니 ‘통합’이 불가피하게 되어, 노무현 잔당과 진보당의 급진세력을 껴안다 그만 4.11 총선에 패배했고 오늘 후보경선에서 문재인이 선두를 달리는 이상야릇한 정당으로 전락한 느낌입니다. 한나라당에 있던 손학규가 어떻게 김대중의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습니까. ‘한나라당은 유신 잔당’이라고 혹평을 하며 자기가 먹던 우물에 침을 뱉고 나온 사람이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인물’이 될 수 있습니까. 그의 학식과 인품이 아깝습니다.

경상도에서 도지사 하던 사람도 민주당의 적자(嫡子)가 되기에는 역부족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15대 대통령이 승하하기 전에 세자로 책봉했어야 할 인물은 정세균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정 후보가 오늘은 경선에서 좀 쳐지고 있지만 권토중래(捲土重來)할 날이 멀지 않다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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