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원안 지키지 못한 데 책임"

   
▲ 이완구 충남지사가 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지사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 광역단체장인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3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에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지사직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1년 전부터 세종시가 무산되면 지사직을 내놓겠다고 약속해 왔다"면서 "오늘 충청남도 도지사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사퇴 배경에 대해"세종시 수정이 공론화된 지금, 누군가는 법집행이 중단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기꺼이 동참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충청남도 도민 여러분,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국가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해 원안보다 나은 대안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나, 원안 추진은 난망해 졌다"며 "선출직 도지사로서 어제는 법 집행에 협조해달라고 하고, 오늘은 정반대의 논리로 다른 말씀을 드릴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효율'을 얘기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뒤에는 그것을 뛰어넘고도 남을 '신뢰'라는 아주 소중한 가치가 있다"며 "행정도시가 무산될 때 '신뢰'는 깨질 것이며, 국민의 좌절과 상처, 갈등과 혼란은 앞으로 국정운영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지사는 또 "정부의 세종시 대안 논의 과정에 최대 이해당사자인 충남지사가 한 번도 참여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이는 논의 구조와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더 많은 국민적 지지와 동의를 이끌어내려면 논의 과정에 정당성과 진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제가 오늘 사퇴하는 것으로 세종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 시대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더 큰 가치를 온 몸으로 말하려 한다"며 "오늘 저의 사퇴가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갈등과 분열을 화합이라는 용광로에 용해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지사는 한나라당 탈당 여부에 대해 "절대 그런 일은 없다"며 "세종시 문제는 국가 정책적 사안으로, 정책적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당내에서 싸우는 것이 진정한 정당정치"라고 일축했고, 차기 지방선거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혀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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