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진술에만 의존…직접 증거 못 찾아 망신

새누리당 공천로비 혐의를 받아온 무소속 현영희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7일 기각됨에 따라 검찰 수사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한달여간 현 의원과 주변 인물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광범위한 계좌추적, 강도 높은 소환조사를 벌였지만 제보자의 진술과 정황증거 이외에 이번 사건의 핵심인 3억원 전달혐의에 대해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3억원의 사용처는 물론 출처 조차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현 의원의 남편인 임수복 ㈜강림CSP 회장이 불법 자금을 마련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또 3억원이라는 액수도 "현 의원으로부터 '3억원이니까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잘 전달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제보자 정동근(현 의원의 전 비서)씨의 진술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정씨가 증거로 제시한 사진에서 돈이 담겼다는 쇼핑백의 크기와 내용물의 부피로 봤을 때 5만원권으로는 3억원이 안된다는 것은 검찰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검찰은 유로화가 섞였을 수도 있다면서 임 회장 회사에서 지난 1년간 환전한 게 50만유로에 달한다는 기록을 제시했지만 "무역회사에서 연간 50만 유로도 환전하지 않느냐"는 변호인의 반격을 받았다.

현 의원으로부터 당초 5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던 조씨도 5천만원이라고 진술을 번복하기는 했지만 3억원과는 거리가 멀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현 의원이 조씨에게 건넨 돈의 성격도 문제가 됐다.


새누리당 공천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조씨에게 단순히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줬다면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고,

조씨가 중간 전달자가 되려면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공천심사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목되기도 했지만 관련 단서는 포착되지 않았다.

부산지법 이혁 영장전담판사가 "3억원 제공혐의에 대한 소명이 없거나 부족하다"면서 "이 사건은 본안재판을 통해 피의자, 공범, 제보자 등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신중하게 따져 유·무죄를 가려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이 판사는 "3억원과 관련한 공범은 구속돼 있고 다른 혐의와 관련해서는 압수수색,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상당한 증거가 수집돼 있어 구속하지 않으면 증거를 인멸한다는 개연성에 대한 소명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또 현 의원의 주거가 일정하다는 것 등을 거론하며 도주 우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현 의원에 대한 영장이 예상과는 달리 기각되자 부산지검은 큰 충격에 빠진 듯 곧바로 수뇌부 회의를 열어 사전구속영장 재청구 등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현 의원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향후 검찰 수사는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초 현 의원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뒤 조씨와의 대질신문 등을 통해 오간 돈의 정확한 규모와 성격, 사용처 등을 확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검찰로서는 현 의원을 압박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잃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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