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성동구 금호동 '래미안 하이리버' 아파트에 사는 김명숙(42)씨는 요즘 집에 설치된 '홈 오토메이션' 장비를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장비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누구인지 카메라로 찍어 보관해주고, 엘리베이터도 집안에서 부를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가스 밸브나 난방 설비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김씨는 이 장비로 매일 아침 그날 날씨와 기온을 확인하고 아파트 공지 사항도 받아본다.

10년 전만 해도 경비실과 통화하고 문 앞에 찾아온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인터폰'이 더 똑똑한 모습으로 진화한 것이다.

김씨는 "요즘 아파트에는 평소 상상했던 것 이상의 편리한 기술이 곳곳에 적용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아파트는 건설사가 개발한 최신 기술의 경연장이다. 10년 전만 해도 아파트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에만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입주자 삶의 질을 끌어올려 주는 각종 신기술을 앞세워 도입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4일 돌아본 래미안 하이리버 아파트는 단지 곳곳에서 최신 기술이 녹아있었다.
아파트 산책로 곳곳에 서 있는 가로등은 일반 형광등보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LED(발광다이오드)를 썼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으로 전력도 공급한다.
아파트 외벽에는 빗물받이 통로를 만들어 스프링클러용으로 활용한다.

10년 전만 해도 아파트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쓴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에너지 절감도 입주자 몫이었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에는 태양광은 물론 풍력·지열 등을 이용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창문이나 벽에 열 손실을 막아주는 첨단 단열소재를 쓰는 아파트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조경으로 사용된 꽃이나 나무에 QR코드(Quick Response Code·바코드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격자무늬의 2차원 코드)를 달았다.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식물의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보기 좋은 장식으로만 쓰이던 아파트 조경이 이제는 아이들의 학습장 역할도 하게 된 셈이다.

김지엽 삼성물산 공사팀장은 "이제 단지 집만 잘 짓는 시기는 지났다"며 "입주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파트 기술이 사람의 생활을 편리하게 이끌어가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내부에는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평면 설계가 눈에 들어왔다.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하던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현상이다. 래미안 하이리버 입주자 김명숙씨가 사는 집은 전용면적 114㎡(약 45평)로 실내 2개 면이 외부와 접해 있는 2면 개방형이다. 발코니와 접해있는 면적을 넓혀 확장하면 약 39㎡나 집이 넓어지는 효과가 난다. 통풍이나 채광, 전망도 좋은 것은 물론이다.

최근 분양 중인 아파트는 거실과 방 3개를 발코니 쪽으로 배치하는 4베이(bay)가 거의 보편적이다. 확장을 통해 집의 실사용 면적을 최대화하는 것. 주방에도 벽이나 선반 모서리에 각종 수납공간을 마련해 주부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여가 생활을 단지 내에서 모두 누릴 수 있는 '원스톱 라이프'도 요즘 아파트에서는 가능하다. 래미안 하이리버의 경우 단지 커뮤니티센터에 피트니스센터·실내 골프연습장·보육시설·독서실·건식 사우나 등이 마련돼 있다. 10년 전만 해도 단지 안에는 경로당과 관리사무소가 전부였다. 하지만 영화감상실, 노래방, 수영장, 키즈카페 등 입주민 생활과 밀접한 시설이 아파트 안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팀장은 "아파트가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인 주거 방식이 되면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아파트 테크놀로지도 급속하게 발달하고 있다"며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아파트 기술 경쟁 또한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 조경으로 사용된 나무에 QR코드를 설치한 모습.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꽃이나 나무의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어 아파트 조경을 아이들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2 태양광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가로등. 일반 형광등보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LED(발광다이오드)를 썼다. 커뮤니티센터 등 각종 공동 시설에 풍력이나 지열 등을 이용해 만든 전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3 래미안 하이리버 아파트에 설치된 ‘홈 오토메이션’ 장비를 실제 거주자가 사용하고 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누구인지 카메라로 찍어 보관해주고 엘리베이터도 집안에서 부를 수 있다.

▲4 설계 기술이 발달하면서 집안 곳곳에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해 입주민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크게 높이고 있다. 복도의 벽이나 식탁 모서리 등 과거 사용할 수 없는 장소였던 공간까지 쓸 수 있게 된 것.

그 밖의 아파트 신기술

2면 개방형 설계나 4베이(Bay) 설계를 통해 집을 크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발달하고 있다. 아파트 외벽에 빗물받이 통로를 만들어 스프링클러에도 사용한다. 단지 내에 피트니스센터·실내골프연습장·보육시설·독서실·건식사우나 등을 배치해 여가 생활을 단지 내에서 모두 누릴 수 있는 ‘원스톱 라이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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