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취임 앞두고 흑인살해사건 발생 "매우 아이러니"

지난 1월 1일 새해 이브에 일어난 오클랜드 경찰 총격사건이 예사롭지 않다. 날씨가 좋은 오클랜드는 샌프란시스코와 베이브릿지를 사이에 두고 있는 도시로 과거엔 흑인이 많았지만 높은 물가와 주택가격 상승으로 점차 변두리 도시로 빠져 나가고 있다. 수갑이 채워진 상태의 흑인청년 오스카 그랜드(
)를 엎드려 앉힌 상태에서 사살한 충격적인 경찰의 만행에 대한 분노가 오클랜드 시민은 물론 미국전체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특히 사살장면과 수갑이 채워진 손이
을 통해 언론에 보도 되면서 경찰의 총격에 미국전체가 부글부글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오클랜드 다운타운에선 경찰이 데모대를 상대로 강력한 진압활동을 펼쳤지만 ‘Justice(정의)’를 외치는 데모대는 거리에 주차된 차에 불을 지르고 상점유리창을 깨트리는 등 폭력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일부 피해 상인들은 상가파손 사태를 개탄하며 시위대의 초점이 흐려질까 두렵다는 표현도 했다.

흑백의 다른 시각

이번 사태를 보는 흑백의 시각은 매우 대조적이다. 일부 백인들은 이번 경찰총격사건은 경찰관의 실수(wrongful death)였지, 고의성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과 당시 주변이 어두웠고 상당히 흥분된 상태여서 판단 집중력이 떨어진 환경 을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수갑을 채운 피의자에게 총격을 가할 수 있겠냐는 논리다. 아마도 스팅건으로 착각하고 깊은 생각 없이 총을 쏘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경찰과 검찰에서 이미 관련 경찰관 안전을 위하여 구속했고 현장 증인들 수사를 시작해 사건의 윤곽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휘발성이 너무나 강한 사건이라 중간 진상발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뒷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로드니 킹 폭동’도 사건발생 직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재판에게 폭력경찰들에 대한 무죄평결이 나온 직후에 터진 경험이 있어 이번 사건은 재판과정에 따라 폭발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만에 하나 경찰관이 실수로 피해자를 사살했다는 증언이 나오면 재판부도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 있다. 근무 중 고의성이 아닌 실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보통문제가 아닌 것이다. 결국 배심원이 그런 실수를 인정 하느냐 에 따라 경찰관의 운명은 물론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사회에서 이번 사건에 특별히 촉각을 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오클랜드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클랜드 다운타운 샌드위치 샵의 반 이상은 한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들에 대한 피해가 크게 우려 되고 있으며, 오클랜드 곳곳에서 흑인고객을 상대로 식당과 마켓 그리고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인 경찰들에 의한 흑인 총격사건이 어제와 오늘 일만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건도 없었다. 새해 이브에 젊은이들이 패싸움을 했던 것이 옳은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새해를 맞이 한 기쁨에 다소 흥분되고 음주도 했을 수 있어 말다툼이나 몸싸움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번 더블린 한인주택에서 식칼을 들은 한국방문객이 경찰의 총격에 사살된 일이 잊혀지기도 전에 또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대하고 나니 경찰이 누구를 위한
인지 다시 비쳐진다. 더블린사건 당시 경찰과 언어의 소통에 문제는 있었지만 거리상 경찰관에 위험을 줄 만큼 위급한 환경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도 이미 수갑이 채워졌는데 무슨 위험이 경찰에 있다고 피의자를 사살했느냐는 주장이다. 결국 백인들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마음 어딘가에 잠재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역사적인 오바마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일부 흑인커뮤니티에선 오마바 대통령을 선출한 만큼 흑인들도 사회의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자성과 각오를 다짐한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도 들리고 있었는데……

유비무환(有備無患)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는 없다. 우연인지 고의적인지 법원이 결정할 일이지만 한인사회에서도 크게 관심을 갖고 흑인사회와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진실을 밝혀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실제 꼭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과거 역사 속에는 흑, 백인이 자신의 몫을 지키기 위해 대결도 마다했지만 이제 두 집단이 맞짱뜨고 싸우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서로가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백인은 항상 흑인들에게 빚을 진 느낌을 갖고 있으며, 흑인은 백인들의 잔인함에 겁을 내고 있다. 결국 그들의 싸움에는 감정을 소화 시키는 희생양을 항상 필요로 했다. 로스안젤레스에서 발생한 ‘로드니 킹 폭동’도 결국 한인사회라는 희생양이 두 집단의 이해관계에 맞아 떨어진 사건이다.

이번 사건의 흐름을 언론에서도 철저히 감시 하겠지만 한인단체에서도 조속히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초기 재판과정에서부터 적절한 논평 등 우리의 목소리를 내 흑인 사회에 알리도록 해야 한다. 흑인커뮤니티도 다른 소수사회처럼 상당히 소통이 어렵고, 불신이 많은 사회로 알려져 있다. 이런 소통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전향적으로 상호간 인적 교류를 넓히고, 사건재발을 모색하는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등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이번 경찰 총격사건이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방관자 입장이 아닌 당사자로서 유비무환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로스안젤레스 폭동 당시 한인사회가 초토화를 당했던 그런 비극이 오클랜드에서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오클랜드 일부 한인업소는 시청 앞에서 데모하는 날에는 피해를 우려해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깨어 있는 자만이 자신의 것을 지킬 수 있다는 옛 지혜를 잊지 말자. [e중앙뉴스 기사제휴사=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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