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한해의 마감을 불과 20여일 남겨놓고 본격적인 새해 예산안 심사에 나선다.
▲ 국회 본회의장    © 신대한.파이넨셜.이중앙 연합뉴스
특히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등 정국을 뒤흔들 메가톤급 사안으로 인해 여야간 ‘예산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대치가 격화될 경우 자칫 예산안 처리가 해를넘길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훌쩍 넘긴 것은 물론,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정상가동이 여느 해보다 늦은 7일부터 시작되는 점은 예산심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예고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6일 “반드시 성탄절 이전에 예산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예산안 속독’의 각오를 거듭 다졌으며, 민주당은 “충분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예산안 숙독’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사업에 대한 찬반뿐 아니라 예산규모에 극명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예산 심사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여권의 수정 입장과 야권의 원안 고수가 팽팽히 맞선 세종시 문제도 중대 변수다.

◇한나라당 = 새해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방침이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정부의 세종시 대안 발표 시점을 내년 1월 초로 미뤄 달라고 요청한 가장 큰 이유도 ‘성탄절인 25일 이전까지 예산을 완료한다’는 목표 때문이다.

무엇보다 4대강 예산은 반드시 ‘사수’한다는 입장이다. 3조5천억원 규모의 예산안에 대한 미세조정은 가능하지만, 대폭 삭감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원내 핵심관계자는 “4대강 사업을 ‘차기 정권 창출 프로젝트’로 바라보는 민주당의 본심이 드러났다”며 “따라서 민주당은 합리적 조정이 아닌 무조건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문제 제기에 강공으로 맞섬으로써 4대강 예산을 지켜내는 동시에 예산심사 과정에서 4대강 사업의 효과를 적극 부각, 민주당의 사업 반대 논리를 철저히 격파할 계획이다.

당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4대강 예산을 포함한 새해 예산안의 강행 처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말도 솔솔 나온다.

예결위 간사인 김광림 의원 “예결위가 최근 십수년간 가장 늦게 시작됐지만, 쟁점의 핵심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야당과 성실히 협의해 가면 쟁점들이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파상 공세가 예상되는 세종시 수정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대안 제시 전 논쟁 자제’를 주문하며, 야권발(發) 논쟁에 말려들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자칫 논쟁의 중심에 설 경우 당내 세종시 갈등이 불거져 ‘예산안 전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예결위에서는 세종시 관련 예산이 아닌 세종시 수정·원안 문제가 정치 쟁점화될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안을 제시하기 이전이므로 단순한 논쟁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노·사·정이 지난 4일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 문제에 대한 극적 합의를 이룬 만큼 “예산국회에서의 큰 부담을 덜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 민주당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을 불법, 탈법을 동원한 ‘국정 문란예산’으로 규정하면서 예결위 심사과정에서 대폭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과도한 준설이나 보 설치 등 대운하 전 단계로 의심되는 사업은 철저히 깎고 수자원공사에 대한 금융비용 지원예산 800억원을 전액 삭감해 민생예산으로 돌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부 소관 4대강 예산 5조4천억원 중 순수 하천정비와 수질개선 등을 위한 예산 1조-2조원만 남기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7∼15일 진행되는 종합정책질의와 부별 심사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며 기선제압을 한 뒤 계수조정 소위에서 본격적인 예산투쟁을 벌인다는 복안이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책질의에서 각 부처 장관을 상대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와 사업의 타당성 문제, 수공에 예산 떠넘기기, 예비타당성조사 생략 등 위법 문제를 총망라해 집중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3조2천억원 규모의 4대강 사업은 국회의 예산통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이자 불법이라며 관련 예산의 국회 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 투쟁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시종 예결위 간사는 “국민 70%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여당도 삭감을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충분한 심사를 거쳐 연내에만 통과시키면 되며, 만약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일방처리하려 한다면 실력저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도 정책질의를 통해 원안 수정의 부당성을 철저히 따진 뒤 예산심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세종시 예산의 경우 과거 참여정부 때 ‘행정중심복합도시 중기 재정계획’보다 3300억원 가량 준 6951억원으로 편성된 것을 한푼도 깎을 수 없고, 필요할 경우 과거 규모대로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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