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낙동강과 영산강에서 동시에 착공식도 거행됐다. 사업 추진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항간에서는 이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를 다시 시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으나, 4대강 정비 사업을 대운하와 연결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물론 하천정비 사업을 하게 되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기가 조금은 쉬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1,2층 주택을 짓기 위해 기초공사 하는 것을 보고 10층 건물을 짓기 위한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것과 같다. 4대강 정비가 대운하 사업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 보다는 이 사업이 정말 필요한지를 따져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계절마다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피해

우리나라는 전체 강우의 약 2/3가 여름철에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하천의 길이가 짧고 경사가 급해 내린 비가 바다로 빨리 빠져나가 여름철에는 홍수피해가, 겨울과 봄에는 가뭄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물이용과 홍수관리에 불리한 기상학적, 지형학적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끊임없이 하천을 정비하고 관리해 왔다.

더욱이 최근에는 범지구적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홍수 및 가뭄 피해가 더 심해지는 추세이다. 연간 홍수 피해액이 2.7조원, 복구비가 4.2조원에 달하고, 가뭄으로 용수부족과 수질악화 현상이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2011년에 약 8억㎥의 물 부족이 예상된다.

또한 그동안 시대적 상황에 의해 이수와 치수 위주로 해 오던 하천관리로 하천환경에 부작용이 생겨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 졌으며 국민소득 증대로 수상레포츠와 수변 문화활동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홍수에 안전하면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휴식과 여가활동을 위한 공간도 제공할 수 있는 하천을 조성하는 것이 하천관리에 대한 시대적 요구라 할 수 있다.

4대강 유역별 현안, 무엇이 문제인가

한강유역의 남한강에는 홍수조절 시설이 충주댐 밖에 없으며 저수용량이 충분치 않아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충주댐 상류에서 대규모 홍수 발생 시 충주댐 상류(단양)와 하류(여주)가 동시에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저수 또는 방류 의사결정에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 남한강 중류 여주와 양평 부근에서는 홍수소통에 병목현상과 같은 막힘 현상이 발생하는 곳이 있어 수위가 계획홍수위 보다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지류 합류부에서는 계속적인 토사유입으로 부분적으로 하상이 높아져 홍수 소통을 방해하는 곳이 있다. 뿐만 아니라, 한강 하류 수도권 구간에서는 맑은 물에 대한 요구와 수변공간 이용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낙동강유역에는 5개의 다목적댐이 건설되어 있으나 저류능력은 한강에 비해 1/2정도 수준으로 홍수조절능력과 하천유량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하천이 남북으로 길게 형성되고, 하류부 하천경사가 낮아 창녕과 김해 사이 구간에서는 홍수가 지체되어 제방 붕괴로 인한 홍수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평상시 하천 유량이 충분하지 못해 대구 달성과 고령 부근에서는 하천수질 문제 해결이 시급한 실정이다.

영산강의 가장 큰 문제는 수계에 홍수조절 능력이 있는 저수지가 하나도 없어 홍수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또한, 상류에 있는 4개의 농업용 저수지에 담수를 시작한 이후로는 평상시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유량이 매우 작아 수질이 극히 악화되어 있다. 광주 부근의 수질은 특히 나빠 농업용수로도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금강유역에는 상·하류 직렬의 다목적댐(용담, 대청)이 있어 타 수계에 비해 비교적 홍수조절 및 용수수급에 다소 여유가 있으나, 신도시 건설과 새만금 개발에 따라 용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하류의 지천 합류부에는 지속적인 토사퇴적으로 하상이 높아져 원활한 홍수 소통을 위해 준설이 필요하다.

깨끗한 물이 흐르기 위해선 수원 확보 시급

위에서 언급한 4대강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저류시설(댐, 천변저류지, 보) 건설, 제방보강, 하도정비(하폭 확장, 하상준설), 농업용 저수지 재개발(증고, 수문 설치), 하천내 수질 자정시설(인공습지, 수질정화 식물) 설치, 친수공간 조성을 위한 저수로 및 고수부지 정비 등을 들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하천에 깨끗한 물이 풍부하게 흐르도록 하기위해 수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깨끗하고 풍부한 물은 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개념의 하천정비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아울러 물 안보 차원의 물이용 개선방안을 수립하여 기후변화로 점점 심해지는 물 부족 현상에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네가지 원칙

4대강의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면서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하천의 세 가지 기능인 이수, 치수 및 환경 기능이 원활하게 발휘될 수 있도록 정비되어야 한다. 특히, 치수와 환경 기능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유역 내에 저류시설을 충분히 설치하여 홍수의 하도 집중을 막아 제방이 지나치게 높지 않게 하고, 평상시에는 하천 유량이 풍부하게 흐르도록 해야 한다.

둘째, 지역과 하천 특성에 맞는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인구나 산업시설 밀집 지역을 지나는 구간은 치수안전성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면서 수변 친수공간을 조성하도록 하여야 하며, 농촌이나 산지를 지나는 구간에서는 하천의 자연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하천정비를 해야 한다.

셋째, 지속적인 하천관리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사업구상 단계부터 주 수요자인 지자체와 협력하여 완료 후에도 지자체가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하며, 수문·제방 등 하천시설물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및 피드백을 통해 지속가능한 하천관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만으로 우리나라 하천의 모든 문제가 단 번에 해결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무엇보다 시급한 4대강 본류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장기적으로는 본류 뿐 아니라 치수대책 및 하천환경 정비가 필요한 지류와 소하천까지 사업이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하도 정비로 인해 나타나는 하천의 물리적, 생물학적, 화학적 측면의 장기적 변화도 철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거는 기대

4대강에 대한 하천정비는 하천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고 범지구적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과거에 우리가 종종 경험했듯이, 추진 과정에서 너무 서두르면 안된다. 물론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예상되는 문제들을 철저히 검토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하되 결정된 안은 신속하게 집행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홍수에 안전하며 항상 깨끗하고 풍부한 물이 흘러 건전한 하천생태계를 유지하고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하천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정부에서 의도한대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일자리 창출과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 출처 : 대한민국 정책포털(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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