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 수입이 안 늘면 당장 경매로 쫓겨날 것을 3년 정도 뒤로 미룰 뿐

'매각 후 임대', '신탁 후 임대'에 이어 '일부 매각 후 임대'까지….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하우스 푸어(house poor)' 대책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하우스 푸어란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대출금을 갚느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한다.

가장 최신 버전은 새누리당의 '일부 매각 후 임대'이다. 주택 담보 대출을 갚기 어려운 하우스 푸어가 주택 일부 지분을 정부에 넘겨 빚 일부를 갚은 뒤 그 집에 그대로 월세로 세들어 살면서 남은 빚을 갚아 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나오는 하우스 푸어 대책들은 모두 살던 집에 계속 세들어 살 수 있도록 하고, 형편이 나아져 빚을 갚으면 내 집을 온전히 되찾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거론된 세 가지 주요 방안의 내용과 장단점을 비교해 본다.


 
①매각 후 임대(sale & lease back)

은행이나 정부가 빚을 갚기 어려운 사람들의 집을 사준 뒤 그들에게 그 집에 다시 임대로 살게 하고 몇 년 뒤엔 팔았던 가격에 다시 집을 사들이는 권리를 주는 것을 말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장 먼저 거론된 방안인데, 단점이 많아 현재는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나 은행이 집을 얼마에 사줄 것이냐" 하는 것이다. 주택 매입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 신청자가 많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높은 가격으로 사준다면 특혜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나 은행이 주택 매입을 위해 부담해야 할 자금이 커서 정부 재정이나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약점이다.

하우스 푸어를 108만 가구 정도로 추정(현대경제연구원)하고, 그 20%를 지원 대상으로 하며, 가구당 집값을 1억5000만원이라고 치면 32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거나 월세가 밀린다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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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신탁 후 임대(trust and lease back)

집주인이 소유권은 계속 유지하되 집을 관리·처분할 권한만 은행에 넘기는 방식이다. 3~5년의 신탁 기간이 끝날 때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이 집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한다. 우리금융그룹이 자체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방식의 장점은 하우스 푸어 입장에선 '매각 후 임대'와 달리 "내 집을 팔았다"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덜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서는 주택 매입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매매 가격을 정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일단 720가구 정도에 신청 자격을 주고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인데, 대상자가 너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꼭 이 제도를 놓고 말한 건 아니지만,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이 공동으로 (하우스 푸어 대책을) 추진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고,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과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개별 은행 차원에서는 규모가 크지 않아 한계가 있다. 은행들이 공동으로 나서고, 정부의 지원도 있어야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③일부매각 후 임대

'매각 후 임대' 방식을 변형한 것으로, 은행이나 정부가 하우스 푸어의 집을 통째로 사주는 대신 지분의 일부만 사주고 그 집에 계속 임대해 살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A씨 같은 시가 3억원짜리 집 소유자가 1억원의 주택 담보 대출이 있는 경우라면 1억원에 해당하는 지분만 정부에 파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만큼은 이제 정부가 주인이므로 그에 해당하는 월세를 내야 한다.

이때 월세는 연 5% 정도로 낮게 해서 연 17% 정도인 연체 이자를 무는 것에 비해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매입 자금도 집을 통째로 사주는 것에 비해 훨씬 적게 들고, 주택 매매 가격을 정하는 절차도 필요가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추석 전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직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이와 함께 '렌트 푸어(rent poor·임대료 마련이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대책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 집 자체가 없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감안하면 하우스 푸어 대책이 일종의 특혜라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또한 세 가지 방식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우스 푸어가 이런 제도를 신청했다고 해도 수입이 늘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월세를 연체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당장 경매로 쫓겨날 것을 3년 정도 뒤로 미룰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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