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영향… 주택 가격의 60% 넘는 은행권 대출 4조원 증가와 주택담보대출 중 비중 3년새 17%로 치솟아 제2금융권 대출도 합산해 총체적 위험 조사하기로 경매유예·사전채무조정 등 '하우스 푸어' 긴급대책 추진하고 있다.

집값 하락의 여파로 주택 가격 대비 대출금액의 비율이 금융 당국이 정한 상한선(60%)을 넘는 은행권의 '위험 대출'이 6월 말 기준으로 48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엔 44조원이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4조원이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에는 위험 대출이 6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금융기관이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주택 가격 대비 대출금액의 비율(LTV·Loan to Value)을 한도를 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은행의 경우 서울의 집을 담보로 잡을 때는 50%, 지방은 60%가 상한선이다.

은행이 처음 대출을 해줄 때는 이 상한선을 지켜서 대출해 주는데, LTV의 분모(分母)에 해당하는 주택 가격이 떨어지자 자동적으로 LTV가 올라가 상한선을 초과하게 된 것이다.

이 상한선을 초과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출을 상환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이다. 위험 대출이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12월 말에는 15%였지만, 지난 3월 말 15.6%로 높아졌고, 6월 말에는 16.9%로 치솟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0년 이전에는 위험 대출의 비중이 12~13% 정도였는데 최근 2~3년간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연결 LTV 조사 등 하우스푸어 실태 파악 착수

금융감독원은 주택 대출금 상환 부담이 과도해 생활고를 겪는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은행권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이를 함께 계산해 총체적인 위험을 파악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정확한 LTV 실태 파악을 위해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금까지 합쳐서 '연결(Combined) LTV'를 조사키로 했다.

양현근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저축은행과 캐피탈의 경우 LTV 상한선이 서울은 60%, 지방은 70%로 은행과 보험사에 비해 10%씩 높다"면서 "은행에서 LTV 50%까지 대출을 받고 저축은행 등에서 추가로 10%를 대출받은 가구들의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TV가 60%를 넘는 대출에 대해서는 대출금 상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대출자의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DTI)도 함께 분석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경매유예제도 먼저 시행

금감원은 또 금융회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하우스푸어를 위해 우선 시행할 수 있는 대책들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유명무실해진 '경매 유예 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기 전에 집주인에게 3개월간 직접 집을 팔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경매로 넘어가면 보통 시가의 70% 정도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의미다.

2007년 9월 은행권에서 도입했지만, 그동안 적용 건수가 606건에 불과하고 2010년 6월 이후로는 적용된 사례가 없다.

금감원은 이 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운용하라고 은행들을 행정지도하는 한편,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 캐피탈 등 제2금융권에도 이 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하우스푸어는 대부분 카드 대출이나 할부금융 등으로 긴급 자금을 융통하는데, 이 돈마저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1개월 미만의 단기 연체를 반복하는 대출자들에게 이자를 감면해 주는 '프리워크아웃'을 주택담보대출에도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담보가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프리워크아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LTV 실태 조사 결과 상황이 심각할 경우 '신탁 후 임대'나 '일부 지분 매각 후 임대' 등 최근 금융계와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하우스푸어 대책을 금융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최근 "신탁 후 임대 같은 방안은 개별 은행 차원보다는 은행권 전체로 확대해서 공동으로 실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