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번호 이용하고 운송장은 반드시 파기…개인정보 침해 시 ‘118’ 신고

최근 각종 포털사이트 해킹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느끼며,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택배상자에 기재된 개인정보들에 대해선 대부분 무심코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택배송장에 기재돼 있는 개인정보는 단순히 개인의 정보가 노출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강도 혐의로 구속된 한 피의자가 버려진 택배상자에서 이름과 연락처를 확인한 뒤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있었다.

대포폰을 통해 ‘택배가 곧 도착할 것’이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낸 뒤 택배배달원이라고 속여 피해자를 안심시키고 빌라에 침입해 현금과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었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택배상자 송장에서 본 개인정보를 이용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한 사례도 있었다.
 
아파트의 분리수거실에 버려진 대부분의 택배상자는 이처럼 택배송장이 그대로 붙여진 상태로 배출되어 있었다. 송장에는 개인의 이름과 주소는 물론 연락처까지 그대로 표기되어 있어 개인정보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었다.
아파트의 분리수거실에 버려진 대부분의 택배상자에는 이처럼 택배송장이 그대로 붙여진 상태로 배출돼 있다. 송장에는 개인의 이름과 주소는 물론 연락처까지 그대로 표기돼 있어 개인정보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범죄가 일어난 이후에도 택배송장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건 아닌 듯 보인다. 실제로 서울시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실에서 시민들이 택배상자를 어떻게 버리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그 실태는 생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소중한 개인정보들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었다.

아파트 분리수거실에서 재활용품 수거 업무를 하고 있는 황도현 씨는 “거의 대부분의 택배박스가 송장이 그대로 붙어 있는 채로 버려지고 있다”며 “비단 이 아파트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송장이 그대로 부착된 채로 버려지는 택배상자를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택배사원으로 근무 중인 한순철(43)씨는 “최근 택배기사를 사칭한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물건을 배송할 때 고객님들이 꼼꼼하게 확인하는 경우가 많고, 현관문을 여는 대신 문앞에 두고가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택배상자에 기재돼 있는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아직 주의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씨는 그러면서 “언론에서 송장번호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송장에 적힌 개인정보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분리수거되어 있는 택배박스들
한 아파트 분리수거실에 버려진 택배박스들. 택배송장이 그대로 붙여진 채 버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 각종 인터넷 쇼핑몰과 TV 홈쇼핑 업체를 통한 제품 구입이 택면서 택배를 통해 물건을 수령하는 일이 많아 택배기사를 사칭한 범죄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추석 명절을 맞아 추석선물이나 제수용품의 택배 이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 예상되고 있어 더욱 주의가 요망된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택배 이용자 개인정보보호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택배 이용자들에게 택배송장에 기재돼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주요택배사의 택배송장 바로 옆에 캠페인 안내 스티커를 부착해두고 있다.

캠페인 안내 스티커에는 1) 보이스피싱, 스팸 방지를 위해 필수정보만 제공하세요. 2) 배송용 임시 전화번호(가상번호)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3) 물품 수령 후 이름, 주소, 전화번호가 적힌 운송장은 파기하세요 등 3가지 이용수칙이 적혀있다. 이 캠페인은 추석택배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10일부터 3주간 실시된다.
 
개인정보보호를 하는 택배사의 예
행정안전부는 ‘택배 이용자 개인정보보호 캠페인’을 추석택배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9월 10일부터 3주간 실시한다.

행정안전부는 개인정보보호 캠페인과 더불어 안전한 쇼핑 및 물품 배송을 위한 수취인개인정보보호 수칙도 발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홈쇼핑사이트에 입력했던 개인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하고, 특히 구매자와 수취인이 다른 경우 수취인 정보 재확인하기
- 물품 배송 요청 시 꼭 필요한 정보만 기입하여 유출될 수 있는 개인정보의 양 줄이기
- 휴대폰 번호 등 보이스피싱 및 스팸에 쓰일 수 있는 중요한 정보는 가상전화번호 이용하기
- 배송된 물품은 되도록 신뢰할 만한 사람이나 고객 본인이 직접 수령하기
- 타인에게 쉽게 노출될 위험이 있는 운송장에 찍힌 이름, 주소 등 정보 떼어내기
- 구매 물품의 온전한 배송이 확인되면, 구매를 확정하여 개인정보 파기시기 앞당기기
- 홈쇼핑 이용 중 개인정보 침해를 당한 경우,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서 운영하는 118 등을 통해 신고하기

개인정보보호를 하는 택배사의 예

김영욱 한진택배 영업소장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전국민이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무심코 버려지는 택배송장의 개인정보에 대해 전국민이 경각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러한 캠페인이 향후 지속적으로 실시된다면 택배개인정보를 통한 각종 범죄의 발생률을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택배를 악용한 범죄를 막기 위해 택배사들도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택배영업소에서 만난 김수진 씨는 “우리 택배회사는 고객님들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임시번호를 부여하고, 이 임시번호만을 송장에 표기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보마저도 택배 배송 시 택배사원이 송장을 제거해 배달할 것을 교육시키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취인의 연락처 대신 ‘050’로 시작하는 임시번호를 부여해, 일정기간동안만 수취인의 연락처로 자동 연결되는 방식이므로 개인의 연락처가 노출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택배회사의 경우 연락처를 전체를 표기하는 대신 ‘010-8302-****’ 등의 방식으로 일부 연락처만 기재되도록 해 송장이 그대로 버려지더라도 수취인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를 하는 택배사의 예
개인정보보호를 하는 택배사의 예,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임시번호를 부여하고, 이 임시번호만을 송장에 표기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민의 의식개선도 중요한 일이지만 기업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앞으로 개인정보유출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기업이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강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택배업체 및 온라인쇼핑몰, 홈쇼핑 관계자들의 노력 또한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스스로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 첫걸음은 바로 오늘 받아본 택배상자에서 택배송장을 완전히 제거하고 버리는 것이 다.

정책기자 이은진(대학생) proleeej@korea.kr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