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 확보 최우선…계열사 매각·구조조정 총동원

웅진그룹 계열사인 극동건설과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퍼지고 있다.

웅진 말고도 두 곳의 대기업이 금융감독원의 재무상태 평가를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나며 기업들은 다음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재무건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비상경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인력감축까지.." 위기 기업들 탈출 안간힘 = 2일 업계에 따르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은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초강수까지 동원하며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국내 시장 침체라는 악재까지 겹친 건설업체들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쌍용건설은 임원 50%, 직원 30%를 감축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환기업은 7월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토지 13필지와 지상 건물을 부영주택에 1천721억원을 받고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기업 회생 차원에서 연구개발(R&D)과 디자인 부문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해 전 직원의 14%에 달하는 800명의 신청을 받았다.

앞서 한국지엠도 지난 6~7월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으며 130여 명이 지원해 차례로 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년째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핵심 계열사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바람에 대우건설과 금호생명, 금호렌터카, 대한통운 등의 주요 계열사들을 모두 매각했다.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은 지난 8월 대우건설 주식(14.6%)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38.7%), 금호고속(100%) 등의 보유 자산을 IBK투자증권-케이스톤 컨소시엄에 9천500억원에 넘겼다.

대한해운은 올해 초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한진해운 역시 올해 상반기 8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해운사들도 근근이 연명하는 처지다.

◇"실탄이 최고" 현금확보에 총력 =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자사주 22만주를 총 696억3천만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대한통운 인수로 악화된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1년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올 상반기 기준 1조6천216억원으로 대한통운 인수 직후인 지난해말(1조8천927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2010년말(1조650억원)에 비해선 크게 늘었다.

앞서 CJ그룹은 지난달 10일에는 밀가루 공장과 택배물류센터 등을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팔아 약 1천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STX그룹은 계열사 지분 매각과 계열사간 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TX는 최근 경영권을 제외한 STX에너지 지분 매각 대상자로 일본 오릭스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STX메탈과 비상장사인 STX중공업의 합병을 결정한 것도 STX중공업 지분 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이 많다.

동부그룹은 주요 계열사별 선제적 재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연말 결산과정에서 주택시장의 어려움이 앞으로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주택사업 충당금과 대손 등 1천400억원 가량의 잠재부실을 선반영시켰다.

동부제철은 4월과 6월에 각각 300억원과 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동부하이텍은 지난 7월 울산 유화공장 건물을 510억원에 현대EP에 매각했다. 동부CNI는 6월 54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재무활동을 통해 확보한 실탄은 다양한 신성장동력 사업의 투자재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혹시?" 기업들 비상경영 =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업체들도 웅진 사태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언제 어느 기업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덫에 걸릴지 모른다는 판단에 비상경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순조로운 해외 매출을 기록하면서도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 중국등 주요 시장의 각종 변수를 점검·관리하고 있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글로벌 종합상황실을 통해 상황 변동에 따른 즉각 보고체계를 가동했으며 적절한 재고 수준 관리를 위해 매일 판매상황과 시장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전 계열사가 구체적인 체질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주요 프로젝트 검토 시 정확한 투자심사분석을 강조하고 있으며, 자금 유동성 확보 방안 역시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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