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생물학전문연구정보센터의 공식 홈페이지인 브릭(Biolo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 BRIC) 게시판에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브릭(BRIC)은 전국의 생명공학 교수와 연구원, 대학원생 등이 가입한 생명공학인들의 온라인 사이트로, 과거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사이언스지 논문 조작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젊은 생명공학도들이 황 교수 논문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확산시킨 곳으로 유명하다.

안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두고도 브릭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안 후보는 현재 1993년 6월 A씨(제1저자), B씨와 함께 서울대 의대 학술지인 ‘The Seoul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한 학술논문의 재탕 의혹과 안 후보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브릭의 자유게시판인 ‘소리마당’에도 안 후보의 논문 재탕 의혹이 보도된 지난 달 28일부터 이와 관련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안 후보가 제2저자로 참여해 1993년 6월 발표한 논문은 제1저자인 김모씨가 1988년 서울대 의대 생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을 때 작성한 논문과 제목, 참고문헌이 조금 다르고 영문으로 번역됐을 뿐 연구방법이나 데이터 수치 등은 똑같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안 후보는 2011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채용 때 이 논문을 자신의 주요 연구업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명 ‘차돌**’은 28일 “개인적으로 잘 몰라서 물어본다”고 전제한 뒤 “다른 사람이 이미 발표한 논문을 제가 약간 다시 정리해주고

제2저자로 다른 저널에 발표해도 별 문제 없는 것이냐”면서

“아이디어를 낸 것도 아니고 실험을 한 것도 아니고
처음 발표할 때 이름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나중에 논문 리서치해서 글 몇 자 바꾸어...진짜 머리 좋은데요.
논문 개수 채우기 힘든데 아주 쉬운 방법 같다. 돈도 안 들고”라는 글을 적었다.

닉네임 ‘숲*’도 “(김씨의) 석사논문 나온 게 88년도고 90년도에 그 석사의 지도교수가 연구비를 받아서 93년에 3저자/교신저자로 논문을 발표했는데 88년도 석사논문 데이터를 그대로 쓰고 초록이랑 결론만 새로 적어 냈다고 돼 있다”며

“그럼 연구비는 대체 어디에 쓴 거냐.
원래 의대는 그러느냐”라고 교신저자의 연구비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달리 닉네임 ‘-_-;’은 “학위논문은 이미 발표한 논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학위논문은 다시 저널에 발표해도 된다.
그 과정 중에 2저자로 끼어들어갈 수 있죠.
돈도 안 들고 아주 쉽죠.
지도교수가 그렇게 시켜주면요”라고 안 후보를 옹호했다.

이 네티즌은 연구비 유용 의혹 제기에 대해 “그거야 지도교수 문제지, 안 후보와는 상관없다”면서 “연구비는 받아서 연구하는데 썼지 않겠느냐. 설마 그 논문 하나 냈겠느냐”라고 연구비 유용 의혹에 안 후보가 관련 없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연구비?’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이 “데이터가 거의 같다고 하더라. 문제는 석사논문을 저널에 투고했다는 것이 아니라 연구비를 받았는데 이미 수년전에 나온 연구결과를 단지 영문 번역 후 데이터 그대로 사용한 것을 연구과제 성과로 제출했냐는 것”이라며

“만일 이럴 경우 연구비 횡령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반박하자
닉네임 ‘-_-;’은 “네. 뭐 그래도 지도교수가 횡령하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포항공대 생물학전문연구정보센터의 공식 홈페이지인 브릭 화면 캡처.

1993년 12월 안철수 공동저자 논문 초록도 다른 논문과 일치(?)

아울러 브릭 소리마당에선 안 후보가 공동저자(제3저자)로 1993년 12월 대한생리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Effect of Cyclic GMP on the Calcium Current in Rabbit Ventricular Myocytes’의 초록이 1992년 4월 대학흉부학회지에 실린 다른 저자의 논문(안재호, 서경필, 엄융희)의 초록과 일치한 것을 두고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필명 ‘산31**’는 지난 29일 이 같은 내용의 글을 게재하며
“초록 시작이 일치하는데 표절인가요?
여러분의 의견을 구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안 후보가 제3공저자이기 때문에 제1저자나 교신저자만큼의 책임은 없겠지만, (책임에서) 완전 자유롭지도 못하다”면서

“왜냐하면 안 후보가 임용시나 홈페이지에 이 논문을 자신의 주요 실적으로 올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닉네임 ‘ARM**’은 “한국인이 작성한 다른 두 논문의 영문 초록에서 5줄 이상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설명하기는 좀 힘들 것 같다”며

“논문을 좀 읽어본 결과 실험 과정, 연구 결과 등에서 여러 수치가 같은 부분이 많이 보인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end*’는 “논문에 공저자로 올라가 있으면 공저자로서 그 논문에 대해서 자신이 참여한 부분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저자인 안 후보가 abstract(초록)를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공저자인 안 후보가 abstract까지 표절했는지 검토해야 할 정도로 신경 쓸 일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nd*’는 이어 “공저자가 manu(원고)까지 책임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공헌을 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맡은 전문적이고 제한된 공헌 부분에 한정된 책임이 있다”면서

“이 문제는 먼저 제1저자와 교신저자에게 안 후보의 공헌 부분을 물어봐야 할 일이다.
지금 단계에서 안 후보가 마치 표절을 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넌센스고,
과학에 문외한임을 자인하는 내용의 글”이라고 비판했다.

‘어쨋*’이라는 필명을 쓴 네티즌은 “미국과 유럽 학계 기준에서 볼 때엔 어떤 식으로든 문제의 소지가 있을 가능성은 있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고 사회의 관행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학술계에 몸담고 있지 않은 사람의 경우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세파에 찌들어 도덕성에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시비꺼리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과 서울대 서모 교수의 논문을 비교한 MBC 뉴스 화면 캡처.

안철수 박사학위 논문의 '볼츠만 분포'는 '패르미-디랙 분포'(?)

지난 1일 MBC가 보도한 안 후보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여부를 둘러싸고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논쟁이 일고 있다.

MBC는 전날 안 후보가 자신보다 2년 앞서 박사학위를 받은 서울대 서모 교수의 박사 논문에 나온 실험결과를 인용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채 거의 옮겨 쓰다시피 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또 볼츠만 곡선을 유도하는 설명에서 유도식을 서 교수 논문에서 거의 복사 수준으로 베꼈으며, 표절로 볼 수 있는 서술은 3페이지에 걸쳐 계속됐다고 전했다.

닉네임 ‘어쨋*’은 2일 ‘볼츠만 분포와 페르미-디랙 분포’라는 글을 올려 볼츠만 분포와 페르미-디랙 분포의 차이를 설명한 뒤 “두 수식이 비슷해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특정 온도에서의 통계적인 거동을 따지게 되면 그 차이는 많이 커지게 된다”면서

“볼츠만 통계를 적용해야 할 현상에 대해 페르미-디랙 통계를 적용하면 그 결과는 많이 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어쨋*’은 특히 “언론 보도를 보면 서모 박사와 안 후보가 ‘페르미-디랙’ 통계를 가지고 볼츠만 통계라고 주장을 하면서 그 수식을 유도했다고 하던데, 고전적인 통계를 적용받는 입자에 대해 통계적 특성을 기술하는 수식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해서 페르미-디랙 분포의 수식이 유도될 수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수식 유도 과정에 대한 의심 뿐만 아니라, 잘못 유도된 수식을 이용해서 통계 분석을 하면 그 결과가 엉뚱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런 엉뚱한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정상적인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서모 박사건 안 후보건상관없이 볼츠만 통계를 적용해야 할 대상에 페르미-디랙 통계를 적용했다면 그 연구 결과의 신뢰성이 상실될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논문 전문을 보지 못해 어떤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지도교수였다는 사람이 주장한 볼츠만 통계 운운하는 것은 학자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주장인 것 같다”며

“석사도 아니고 박사 논문을 쓰는 제자들이 볼츠만 통계를 적용해야 할 대상에 페르미-디랙 통계를 적용한 것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볼츠만이나 뉴튼을 들먹이는지...”라고 했다.

이 글과 관련해선 안 후보의 논문에 나온 수식이 ‘페르미-디랙 통계’인지 여부를 두고 네티즌들간 설전이 이뤄지고 있다.

‘물리쟁*’라는 네티즌은 “언론보도에 ‘페르미-디랙 통계’ 얘기는 없고, 볼츠만 통계 얘기만 있다”면서 “논문을 아무도 다 본 상태가 아닌데 학자로서 자질을 운운하는 건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물리쟁*’는 이어 “당사자나 공격하는 언론조차 볼츠만 분포라고 하는데 논문을 읽은 것도 아니고 TV에 잠깐 비친 식만 보고 페르미 디랙이라고 단정짓는 건 이상하지 않느냐”면서 “

전 물리전공자인데도 저 식을 페르미 디랙식이라고 단정짓지 않는다.
일부분만 나온 식이 자기가 아는 것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그거라고 단정짓는 건 너무 성급한 태도”라고 밝혔다.

이에 닉네임 ‘관*’은 “안 후보의 유도 식은 누가 봐도 페르미 디랙 분포에 관한 것임을 알수 있다”면서 “언론이 모른다고 우리들도 언급하지 말라는 것이냐”라고 반박했다.

‘맞고*’도 “페르미 디랙이 맞다. 여기서 (안 후보) 쉴드치는 분들 이유는 잘 알겠는데 아닌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저도 가슴이 아프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안 후보를 두둔하는 성향을 보였던 ‘endo’도 의학분야에선 실험데이터가 볼츠만 곡선에 합치하느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drug availability= 1/(1+exp(V-Vh)/k)’라는 공식을 쓴다고 밝히면서

“문제는 안 후보 논문에서 slope를 나타내는 k를 h로 표시를 했는데 이것이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end*’는 “k를 a로 표시하든, b로 표시하든 공식을 아는 사람들은 그게 slope를 의미하는 것으로 누구나 알 수가 있지만 h는 이미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으므로 다른 문자로 표시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

“서 박사의 논문에 그렇게 표시돼 있으므로 안 후보가 그것을 베낀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 공식은 서 박사의 논문을 베끼지 않더라도 어떤 자료에서든 베껴서 쓰게 돼 있으니 누구 것을 베꼈는지는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결국 안 후보가 누구의 논문이나 자료에서든 볼츠만 공식을 베껴야 했겠지만 서 박사의 잘못된 표현을 보고 베꼈다면 이건 약간의 웃음거리가 되는 실수가 되겠다.

서 박사가 안 후보의 논문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르나 두 사람 모두 볼츠만 공식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다시 보았을 때 수정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 후보측은 안 후보의 박사학위 표절 의혹과 관련, “사실이 아니다”면서 “철저한 왜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석호 서울대 교수도 논문 표절의 사유로 꼽힌 '볼츠만 곡선' 인용 대목은 학문적 관례에 비춰봤을 때 표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두 논문은 심장세포에 존재하는 세포막을 통한 전혀 다른 종류의 이온 흐름에 같은 통계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이라며

"서로 다른 생물학적 현상에 같은 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을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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