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3분기 실적 잠정치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 `7조원 시대'를 건너뛰고 바로 `8조원 시대'로 진입했다.

그러나 4분기에는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실적 성장이 3분기보다는 둔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가 상승에도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갤럭시S3 효과'가 실적 견인

삼성전자는 5일 공시한 실적 잠정치에서 3분기 영업이익을 8조1천억원, 매출은 52조원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적은 26개 증권사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였던 7조5천600억원을 5천억원 이상 뛰어넘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 47조6천억원, 영업이익 6조7천200억원을 올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매출 50조원과 영업이익 7조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3분기 매출 성장은 연일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갤럭시S3의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출시 100일 만인 지난달 5일 2천만대를 돌파,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상 최단 기간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대우증권 송종호 원구원은 "휴대전화가 속한 IM(IT·모바일) 사업부문은 애플과의 특허침해 소송 등 악재가 있었지만 3분기 5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3가 올해 4천500만∼5천만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IBK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도 삼성전자가 IM 부문과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각각 5조1천억원과 1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측했다.

◇ 4분기도 실적 호조…깜작 실적은 어려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4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스마트폰 대전(大戰)'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늘어 깜짝 실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실적에는 반도체 부문이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휴대전화와 함께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하는 쌍두마차에 속하는데,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해 실적 전망이 좋다.

키움증권은 "낸드플래시 가격은 신규 스마트폰 출시에 힘입어 10월 초 9% 올랐다"며 4분기에는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견조한 실적을 유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삼성전자가 모바일 반도체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간 실적 확대를 이끌어온 휴대전화 부분 영업이익은 4분기에 주춤할 전망이다.

키움증권 김성인 IT총괄 연구원은 "4분기에는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스마트폰 부문 매출은 늘지만 영업이익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신증권 강정원 연구원은 "휴대전화 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4조원이었고 3분기에는 5조원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에 머문다면 회사 전체 실적도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 실적의 변수는 애플과의 특허 침해 소송 결과다.

삼성전자가 배상금 1조2천억원을 내야 한다는 미국 법원 배심원단의 평결을 재판부가 그대로 유지하면 삼성전자는 이 금액을 고스란히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4분기에 충당금을 쌓는 경우 영업이익은 6조5천억원으로 떨어지고 쌓지 않을 경우에는 7조7천억원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에는 못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은 7조3천억원∼7조8천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며 내년 영업이익은 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증권은 영업이익 전망치를 7조8천억원으로 제시했다.

◇ 주가 상승은 제한적일 듯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8조원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가의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든 데다 경쟁제품인 아이폰5가 출시돼 판매량 증가가 불확실해진 탓이다.

게다가 중국의 저가 휴대전화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어 영업이익을 확대하기 어려워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실적이 예상보다 호전된 것은 분명하지만 경쟁 심화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 어렵다"며 "주가 탄력은 사상최고가인 141만8천원을 목전에 두고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주가에 이미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명섭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120만원∼140만원 수준에서 움직여 왔는데, 한동안 이 구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2009년 이후 세계 경기가 계속해서 좋지 않다 보니 상승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오후 2시 현재 전날보다 0.66% 떨어진 135만8천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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