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하던 미분양 기지개… 문의·방문객 3배로

지난 6일 삼성물산이 김포시에서 공급하는 '래미안 한강신도시 2차' 모델하우스에는 하루 300여명이 몰렸다.

분양 시작 후 반년이 지났지만 계속 부진하다가, 지난 9월 정부의 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서 손님이 다시 늘고 있다.

삼성물산은 평일 기준 방문객도 정책 발표 이전보다 2~3배가량 늘었고,
계약도 매주 20~30건씩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임홍상 분양소장은 "추석 연휴 직후인 데다 정책 효과까지 겹치면서 모처럼 미분양 시장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9·10 주택 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후 한 달이 지났고,
지난달 24일부터 정책이 적용되면서 시장에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정책은 연말까지 9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를 2%에서 1%, 9억~12억원 주택은 4%에서 2%로, 12억원 초과 주택은 4%에서 3%로 낮추는 내용이다.

9억원 이하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5년간 양도세를 100% 감면해 준다.

대표적인 곳이 미분양 시장이다.
양도세 감면 효과로 일부 지역에서 문의 전화가 늘어났고
이에 발맞춰 건설사들도 활발하게 판촉에 나섰다.


▲ 경기 김포에서 삼성물산이 분양 중인 ‘래미안 한강신도시 2차’ 모델하우스.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면 양도세를 5년간 면제해준다는 정부의 9·10 부동산대책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삼성물산 제공
GS건설이 서울 영등포에서 분양 중인 '아트자이'에는 정책 발표 이후 최근 문의 전화가 3~4배 늘었다.

손님이 늘자 현장에 홍보관을 새로 만들고, 분양가 할인 등을 시작했다.

금호건설도 부천의 주상복합 아파트 '리첸시아 중동' 분양가를 30% 할인한 데다 입주자에게 피트니스클럽 1년 무료 이용권을 준다.

최근 1년 새 집값이 상승세를 보인 지방에서도 효과가 나타났다.

우미건설이 올해 원주와 청주에서 분양한 '우미린' 아파트에도 소비자들의 문의가 최근 부쩍 늘었고 계약도 이뤄지고 있다.

투자 수요도 일부 생겼다. 삼성물산이 대우건설과 '아현 래미안 푸르지오'에선 지난 추석 연휴에 한 투자자가 한 번에 아파트 10채를 가계약하는 일도 있었다. 집값 상승과 임대 수익을 노린 투자자라고 삼성물산이 밝혔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 이영호 소장은 "시세보다 저렴하고 개발 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이번 정책에 수혜를 입을 것"이라면서도 "중대형 위주의 상대적으로 비싼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했다.


기존 주택 시장에서는 일부 변화가 나타났지만 아직 반향은 크지 않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말 주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1% 오르면서 약 4개월 만에 상승세를 기록했다.

일부 저가 급매물 거래가 이뤄진 데다 취득세 인하 정책 영향을 지켜보겠다는 매도자들이 매물을 회수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박모(48) 대표는 "집주인들의 기대감이 조금 커졌고, 정책이 시행되길 기다리던 사람들이 거래에 나선 것일 뿐"이라며 "아직 문의 전화가 늘거나 거래가 활발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아직 9·10 대책이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는 이른 시점이란 입장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대출 부담이 큰 가구가 많아 새로 주택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수요자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거래도 저가 소형 아파트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다.

또 수도권의 경우 전세금이 국지적으로 오름세지만 작년보단 안정된 편이라, 전세 대신 내 집 마련에 나설 수요도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도 "취득세 감면 외에 대출 금리 인하 등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이 추가로 나오지 않으면 9·10 대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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