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한 민주당 상임위원장들..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전면 대치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후통첩을 보냈고 민주당은 심야 비상의원총회까지 열었다.

한나라당은 예산안 연내 처리를 위해선 조속히 계수조정소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오늘 오전 10시를 최종시한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의 "최후통첩"으로 풀이된다.

원래 어제 끝냈어야 했지만 한 번 양보한 거라며, 그때까지도 야당이 참여하지 않으면
단독으로라도 계수조정소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즉각 심야 의원총회를 소집한 민주당은 자정을 넘겨서까지 예산투쟁 전략을 논의한 뒤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협상을 통해 풀자는 소수의견도 나왔지만, 결국 정부 여당의 4대강 예산 삭감 조치가 없는 상태에선 계수조정소위를 허용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70%의 국민이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지 않느냐." 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4대강 사업 주무 장관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하고 오늘부터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야당의 집단 불참으로 종일 파행을 겪다가, 여당 의원들만 참여한 가운데 부처별 심의를 마무리했다.

이제 최종관문인 계수조정소위만 남겨두고 있지만, 소위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 상임위원회의가 분열을 가져오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  이낙연 농림수산식품위원장,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 이종걸 교육과학기술위원장, 정장선 지식경제위원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파이넨셜.이중앙.신대한뉴스  연합

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4인의 행보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과 이종걸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안건 처리 요구에 “합의가 안 됐다”면서 처리를 거부하지만, 이낙연 농림수산식품위원장과 정장선 지식경제위원장은 앞장서 처리해줬다.

이·정 위원장의 처신에 한나라당은 극찬을 아끼지 않지만, 민주당은 ‘적전 분열’로 비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으로서 권한을 강하게 행사하는 대표적인 이가 추미애 위원장이다. 지난 7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담은 ‘비정규직법’을 개정해 시행을 유예하려는 정부·여당의 시도를 “여야가 합의 안 했다”고 막았다.

최근엔 정부·여당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에 제동을 걸고, 다자간 협의체를 통한 재논의를 해법으로 제시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복수노조 허용을 2년6개월 유예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려는 정부·여당의 시도가 발이 묶여 있다.

교육과학기술위도 지난 7월 이종걸 위원장이 선임된 뒤 시종 파행을 거듭했다. 국정감사 때 정운찬 총리 증인 출석 문제로, 이후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수능 점수를 공개한 것을 놓고 진상조사와 사과 문제로 삐걱거렸다. 급기야 여당 교과위원 전원이 지난 11일 사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여야 반응도 갈렸다. 추미애·이종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해온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존경스러운 야당 위원장을 소개하겠다. 농식품위에서 예산을 여야가 합의 처리했는데 그 중 4대강과 관련된 저수지 예산도 들어 있다”고 이 위원장을 상찬했다.

이어 “이게 올바른 상임위원장, 정치인의 모습이다. 너무 훌륭한 일”이라며 “지경위 정장선 위원장도 법안 심의 1, 2위다. 존경과 사랑을 보내며, 앞으로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펼쳐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두 위원장에게 존경을 표하겠다”고 했고, 이계진 농림수산식품위 간사도 “이낙연 위원장님이 원래 참 잘하셨다”고 거들었다.

민주당 내부에선 “당은 물론 시민사회 전체가 나서서 4대강을 막고 있는데, 예산안을 통과시켜 주느냐”며 “누구는 국가를 걱정하지 않아서 막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이나 일부 언론들로부터 칭찬을 듣고 싶어서 그런 것이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원내대책회의에 이어 밤 9시부터 3시간 동안 긴급 의원 워크숍을 열었다. 이낙연 위원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는 물론 워크숍에서도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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