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계열사인 극동건설 협력 업체들이 대금으로 받지 못한 돈이 5000억원에 달하는 등 협력 업체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피해가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웅진홀딩스가 그룹 계열사의 원·부자재를 대신 구매해 오다가 갑작스럽게 법정 관리를 신청, 채권채무와 제품거래 결제가 동결되거나 일시적으로 묶이게 된 때문이다.

◇웅진 협력사 피해액 5000억원 육박

웅진홀딩스가 현재 2200여 협력 업체에 지급해야 할 상거래채무는 1927억원이다.
극동건설 하도급 업체 1200곳도 2953억원의 상거래채권을 회수하지 못했다.

두 회사가 법정 관리를 신청하면서 협력 업체에 줘야 할 돈(4880억원)에 대한 채무상환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웅진홀딩스는 계열사들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웅진코웨이와 극동건설·웅진씽크빅·웅진식품 등 계열사들에 필요한 자재를 일괄 조달해 주고 수수료를 받아 왔다.

지난해 매출 6800억원 가운데 80%가 MRO 사업에서 발생했다.
계열사로부터 자재 구매대금을 받아서 수수료 등을 떼고 협력 업체에 지급하는 구조다.

최근 웅진그룹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웅진홀딩스가 협력 업체에 물품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하고 어음으로 발행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극동건설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웅진홀딩스 어음을 받았고 지난 4월 이후부터는 그마저도 16억원 정도가 연체된 상태"라며 "극동건설이 어려워도 웅진그룹을 믿고 일을 했는데 웅진홀딩스까지 법정 관리에 들어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극동이 지난해까지는 현금으로 자재 대금을 주다가 올해부터 웅진홀딩스 어음으로 돌렸다"며 "계획적으로 어음을 준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유통마진에 구매대행 수수료까지 받아

웅진홀딩스는 2009년 MRO 사업을 하던 계열사 웅진해피올을 흡수합병했다.

삼성·SK 등 대기업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MRO 사업을 접은 것과 달리 웅진홀딩스는 건물 임대차 관리, 콜센터·전산망 관리, 경영자문 수수료 등으로 계열사 관련 사업을 더 확대해 나갔다.

윤석금 회장은 웅진홀딩스의 지분 73.9%를 가진 최대주주다.

웅진 계열사들은 MRO 수수료를 부풀려 지급하다가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말 웅진씽크빅 등 6개 계열사가 웅진홀딩스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34억2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은 웅진홀딩스에 구매대행 수수료와 유통마진을 이중 지급하는 식으로 부당한 지원을 계속해왔다.

일부 계열사 구매 부서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웅진홀딩스가 없어도 계열사들이 사업을 잘할 수 있는데 중간에서 일종의 '통행세'를 받아 이윤을 극대화해왔다"고 말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홀딩스가 MRO 사업을 하는 것은 각 계열사의 구매업무를 통합해 비용을 아끼자는 취지"라며 "중소 협력 업체에 대한 채무는 법원의 인가를 받아서 더 빨리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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