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반발…은행권 "오류 줄일 방법 모색 중"

은행권의 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가 잘못 공시됐을 때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 지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은행권의 일방적인 오류로 고객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도 신속한 구제방안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은 이런 현실을 고려해 코픽스 금리 산정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시스템 정비에 들어갔다.

◇코픽스 운영지침 "재공시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11일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국은 (기준금리) 오류가 발견돼도 일절 수정하지 않는다"며 우리도 이런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코픽스 산출자료를 제공하는 9개 은행과 연합회가 맺은 `코픽스 금리 산출 및 운영지침’에는 "공시된 코픽스는 수정 공시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데이터 오류에 따른 고객 피해와 관련한 조항은 없다. 수정 공시를 하지 않아 고객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물어도 어떻게 보상한다는 규정이 없다.

은행연합회 측은 코픽스 도입 당시 미국 연방주택대출은행이 기준금리로 사용하는 자금조달지수인 코피(COFIㆍMonthly Weighted Average Cost of Funds Index) 금리를 벤치마킹하며 운영지침을 빌렸다고 밝혔다.

코피 금리를 공시하는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주택대출은행은 해당 기간의 코피 금리를 산출하기 위해 다음 달 마지막 영업일 정오까지 회원 은행에서 자료를 제출받고, 이 기한이 지나면 새로운 자료를 받지 않는다.

특히 자료에 오류가 있어도 금리가 일단 공시되고서는 수정이나 재공시를 하지 않도록(will not revise or republish any COFI for any reason after the publication date)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적용해 대출뿐 아니라 파생상품 등 수많은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거래의 안정성을 위해 재공시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앞으로 코픽스 금리에 이 조항을 계속 적용할지, 아니면 일부 수정할지는 더 논의해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반발…은행권 "오류 줄일 방법 모색 중"

문제는 이번처럼 기준금리가 높게 산출됐을 때 고객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운영지침은 은행연합회와 정보제공 은행이 금리 산출 절차를 정하려고 맺은 협약일 뿐 코픽스 금리를 사용하는 은행에 강제로 적용되지 않아 고객 피해 규정을 담기 어렵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코픽스 공시 후 한국은행이 이를 점검하는 사후 검증 절차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은행의 자금조달 관련 자료를 토대로 금리를 살펴보는 것이지 금리를 의무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보인다.

결국, 오류가 있으면 은행연합회와 해당 은행이 서둘러 인지하고 고객 피해를 보상해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현실에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소비자원은 12일 "금융권의 금리결정 시스템이 신뢰할 수 없을 만큼 허술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금리산출 과정과 관리ㆍ감독 시스템 전반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은행과 은행연합회, 금융위원회 등은 코픽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 은행들이 제출한 자료 가운데 조달액은 전달 대비 15%, 조달금리는 0.4%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면 자료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은행연합회는 이 시스템을 좀 더 엄격하게 다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은행들도 복수의 입력자가 같은 수치를 입력해야 자료가 전송되도록 하는 방법 등 오류를 줄이려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급액이 적지만 이런 오류는 은행의 신용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은행들이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으므로 금리 산정 절차가 더 투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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