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잇따라 강도 높은 대기업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른바 ‘재벌 개혁’이 대선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안 후보 캠프의 ‘경제민주화포럼’ 간사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와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12일 회견에서 “재벌 정책의 종합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재벌 개혁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기본법’ 제정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재벌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재벌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1년 내에 재벌 개혁과 관련한 법령을 정비하고 매년 국민보고회를 갖겠다는 것. 안 후보 측은 14일엔 재벌 개혁을 포함한 경제민주화 방안을 발표한다.

전 교수는 문 후보 측의 재벌 개혁 공약에 대해 “재벌 구조 개혁에서 가장 궁극적인 수단인 계열분리 명령제 및 청구제가 없다. 재벌 구조 개혁 공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열분리 명령제를 공약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열분리 명령제는 ‘대기업 집단의 지배력 남용과 독점 폐해가 드러날 경우 정부가 계열사 지분 매각을 명령해 계열사를 재벌에서 분리하는 제도’로 순환출자 금지보다 훨씬 강력한 제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놨으나 실현되지 않은 제도로, 문 후보 측보다 강한 재벌 구조 개혁을 시사하며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문 후보는 전날 △신규 순환출자 금지 및 기존 순환출자 3년 내 해소 △10대 대기업 집단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지주회사 규제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을 발표했다.


▼ “뒤집자는 건가” “재협상 당연”…  朴-文측 한미FTA 충돌 ▼

전 교수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비판했다. 그는 “‘삼성과 같은 일개 재벌에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말은 강도가 높지만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대해 무슨 약속을 했다는 걸 공식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는 신규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방안 추진은 확실하지만 기존의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에 대해선 내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 후보는 이날 재외 국민과의 사이버 타운홀 미팅에서 “대기업 스스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어겼을 때 법률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채찍과 함께 당근 정책도 내놓을 것임을 시사했다.

안 후보는 “대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고 국내에 공장을 만들거나 해외에서 받던 납품을 국내로 돌리면 이에 따른 혜택을 주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새누리당과 문 후보 측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의 김종훈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한미 FTA를 추진한 것은 대한민국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한미 FTA를 임기 내에 끝맺지 못한 배경에는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문 후보와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 같은 분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위원장이 한미 FTA를 노무현 정부의 과오로 평가한 것에 대해 “지금 와서 한미 FTA를 뒤집겠다는 것이냐. 지도자를 보좌하는 측근으로서 매우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도 적극 반박에 나섰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를 저해할 독소조항이 있다면 당연히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이 위원장이 책에서 최빈국인 방글라데시의 국민행복도가 높다고 했는데 철학적이고 관념적이다. 방글라데시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건데 우리가 갈 길이 아니다”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그는 “경제학의 기본도 모르면서 그런 소리를 하나. 방글라데시가 아니라 부탄이다. 부탄 같은 나라로 가자고 말한 적도 없다. 왜곡이 너무 심해 어처구니없다”고 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