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한때 다크호스로 주목을 받았지만 3위로 고배를 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지사직도 내놓아 빈손이 됐지만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지사 선거 2번, 국회의원 선거 2번 등 ‘패배의 경험’이 많아서일까.
그러나 그는 “이번에는 다르더라. 많이 아팠고 돌아보는 시간이 꽤 걸렸다”고 했다.

10일 김 전 지사를 만나 경선 패배에 대한 소회, 앞으로의 구상 등을 들어봤다.

―경선 패배 후유증이 남아 있을 것 같은데….

“고향(경남 남해)에도 좀 다녀오고, 불자로서 충남 공주 마곡사 등 사찰을 찾아다녔다. 생각보다 알아보는 분이 많아 ‘조용히 쉬는 것도 쉽지 않구나’란 생각과 함께 ‘인지도가 높아졌나 보다’란 생각도 했다. 많은 분이 도와주셨는데 괴롭고 힘들었다. 그분들은 나를 위로했지만 내 입장에선 그분들이 안타까웠다.”


―패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선거는 후보의 역할이 70%이고, 그 후보를 디자인하고 마케팅하는 것이 선거대책본부다. 시대 흐름을 잘 읽어냈어야 했는데…. 다 성찰(반성)이 된다. 김두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졌던 내공의 절반도 못 갖췄고, 이광재 안희정도 없었다. 4·11총선 직후 대선 출마의 마음을 굳혔는데 ‘지사 임기 절반(올해 6월 30일)은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란 기계적 생각에 얽매여 남 보기에 모호하게 행동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경선 내내 문재인 후보와 친노(친노무현)를 비판했는데….

“적자(嫡子) 논쟁이 아니었다.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공과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은 총체적으로 성공했다’고 했지만 참여정부는 국민을 아프게 한 부분도 많았다. 나는 친노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참여정부의 한계를 성찰하고 뛰어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안타깝고 분노할 일이지만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문 후보 캠프 비서실은 온통 친노 인사들인데….

“편한 사람을 비서실에 쓰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더 세심하게 배려를 하면 좋겠다. 융합이 필요하다.”

―이번 경선은 모바일투표가 승부를 갈랐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 보완되어야 한다. 내 경우 경선 룰이 출마 선언 전 만들어져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무소속 도지사를 했다. 안철수 후보는 ‘무소속 대통령’론을 펴고 있는데….

“국정은 정당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참여정부가 내걸었던 당정청 분리는 그래서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당선될 때 당적이 없었지만 형식만 무소속이었을 뿐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의 공동후보였다. 그 점이 안 후보와 다르다.”

―안 후보를 평가한다면….

“자기 분야에서는 성공했지만 다른 분야에선 잘 모르겠다. 정치는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당이며 국정은 집단지성의 지혜를 모아서 하는 것이다.”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경남도지사 보궐선거가 실시되는데….

“저로 인한 보궐선거여서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부산·경남 민심이 새누리당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우리 쪽에선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장영달 경남도당위원장, 공민배 전 창원시장,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등 후보들이 많다. 새누리당은 홍준표 전 대표를 빼고는 거론되는 분들은 출마하려면 중도사퇴를 해야 한다. 저의 중도사퇴를 강하게 비판했던 터라 고민이 클 것이다.”

―차기 대선이 목표인가.

“12월 19일까지는 대선 승리에 집중하면서 김대중 평전 등 책을 읽을 것이다. 나의 문제는 그 이후 생각할 것이다. 시간은 내 편에 있다. 5년 뒤에도 50대다(호적상 1959년생). 2008년 총선에서 졌을 때 대학(동아대) 선배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밥을 사주면서 ‘한 번도 안 떨어져본 사람은 사람 되기 어렵다’고 위로를 해주더라. 그래도 너무 (많이) 떨어지면 영혼이 황폐해지는데, 허허….” 김 전 지사는 허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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