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발생한 북한군의 이른바 '노크 귀순'은 군 작전 라인의 대대적인 문책으로 귀결됐다.

국방부는 15일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경계작전태세 소홀과 상황보고 혼선의 책임을 물어 중장 1명과 소장 2명, 준장 2명 등 장성 5명과 영관장교 9명 등 14명을 문책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와 합참의 발표를 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09년 10월 발생한 민간인 철책 월북 때와 사건 경위나 후속 대책 등이 판박이처럼 같다.

군 작전라인 '칼바람'
합참과 1군사령부, 8군단의 작전부서 핵심 관계자들이 국방부와 육군본부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다.

군 작전을 총괄하는 합참의 작전본부장(중장)과 작전부장(육군소장), 작전1처장(육군 준장) 등이 국방부 징계위에 넘겨졌다.

합참 작전 라인이 대규모 문책을 받게 된 것은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처음이다.

1군사령부의 작전처장(준장)과 작전과장(대령), 8군단의 작전참모(대령)와 작전과장(대령 진급예정)도 육군본부 징계위원회로 넘어가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

문책 대상자 가운데 일부 장성은 다음번 인사에서 1순위 승진 대상자로 꼽힐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노크 귀순'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지난 2009년 10월 민간인이 철책을 절단하고 월북한 사건 당시 22사단의 사단장과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 등 5명이 보직 해임되고 징계위원회에 넘겨진 것보다는 징계 폭이 크다.

국방부 관계자는 "GOP(전방감시소초) 경계작전 부실과 관련해서 역대 최대 문책 수준"이라면서 "김관진 국방장관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작전라인의 문책 대상자들에게는 대부분 상황보고체계 혼선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행 지휘관과 참모의 책임 범위를 보면 경계작전을 포함한 모든 작전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지휘관이 진다"면서 "상황관리는 우선적으로 참모책임"이라고 말했다.

'노크귀순' 말 바꾸기 논란
김관진 국방장관과 정승조 합참의장이 지난 10일까지 '노크 귀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군의 주장과 달리 두 사람이 지난 3일 이런 정보를 최초 인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장관과 정 의장은 귀순 사건 하루 뒤인 지난 3일 오전 귀순자가 노크했다는 진술이 담긴 해당부대 기무부대가 작성한 1차 합동신문 보고서를 국방정보본부장으로부터 구두로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두 사람은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에서 최초보고(CCTV 확인)가 '노크'로 정보고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지난 10일까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때도 CCTV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군이 발표할 때마다 '말 바꾸기'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 정환덕 감사관은 "합동신문 보고서와 CCTV를 통해 발견했다는 작전부대의 보고에 차이점이 있었지만 (지휘보고로 올라온) 예하부대의 작전상황 보고에 더 신뢰를 두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부대와 합참 상황실 실무자들도 합참과 합동조사단 조사에서 첫 보고과정 및 정정된 상황보고를 열람하지 않은 경위 등에 대해 계속해서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어 이날 발표에 정확한 경위는 담지 못했다.

경계작전 실패ㆍ보강대책 '되풀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최전방 경계작전 태세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초와 소초의 1.7㎞ 간격은 감시 공백을 가져오고 있고 고지대에 설치된 TOD(열상감시장비)와 슈미트(주간광학감시장비)는 은밀히 남하한 북한군을 포착하지 못했다.

철책 주변에 설치된 경계등(燈)과 순찰 방식 등도 경계 공백을 메우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9년 때도 철책 절단지점이 일명 '올가미 계곡'으로 불릴 정도로 험준한 지형이었고 작전지역 대부분도 울창한 수목으로 형성됐다.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장인 이영주 해병소장은 "이번 북한군 귀순 지점은 귀순 상황이 발생한 지점과 인접했는데도 사단장과 연대장, 대대장이 대비를 소홀히 했다"면서

"감시장비 운용과 경계 공백 통제, 철책 관리에 대한 지휘 관심 부족으로 경계작전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오는 2015년까지 모든 전방사단에 구축키로 한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설치를 앞당기기로 했으며 내년까지 3개 전방사단에 설치할 계획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철책에 센서와 CCTV를 달아 무인화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5사단의 시범사업 과정에서 잇따라 실패해 사업 시기가 지연됐고 예산 낭비도 초래했다.

또 GOP 경계근무 방식을 개선하고 초소 위치를 조정키로 했다. 초소와 초소간 1.7㎞ 사이에 설치된 소형 소초 여러 개에 근무자를 일정시간 세우는 등 중첩 감시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3년 전 철책 월북사건 때도 GOP와 해안·강 주변에 위치한 부대의 경계시스템 개선, 병력과 장비 보강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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