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에 1107.2원… 환율 연중 최저치 또 경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또다시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16일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3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달러 가치 하락) 1107.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연저점을 경신한 것은 10월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이날 환율이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소비지표가 개선됐다는 소식이다.

미국 상무부가 15일(현지 시각) 발표한 소비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보다 0.3%포인트 높은 전월 대비 1.1%를 기록해 미국 경기 회복의 희망을 높인 것이다.

◇글로벌 경제 안정에 도움되는 뉴스 나오면 환율 하락

환율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반영한다는 전통적인 이론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지표가 개선됐다는 소식은 당연히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강해지는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

환율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야 정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날 환율은 반대로 움직였다. 〈그래픽 참조

미국의 소비지표 개선이 세계적으로 투자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는 촉매 역할을 한 것이다.

유럽 재정 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인다는 소식도 교과서에 따르면 유로화의 가치를 올려야 하지만 최근에는 반대로 가는 추세다.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최근의 외환시장은 펀더멘털보다는 달러 유동성과 투자 심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적 완화로 달러 풍부, 환율 서서히 내려갈 듯

그렇다면 앞으로 원화 환율은 어떤 흐름을 보일까? 서서히 내려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다수다.

이성희 JP모건 서울지점장은 "환율이 당분간 달러당 1105~1115원 사이에서 횡보하겠지만 선진국들의 잇따른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것)로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풍부한 데다 우리나라의 신용도도 높아져 원화가 장기적으로 강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 당국 관계자도 "시장의 컨센서스가 환율 하락 쪽으로 몰려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화가 강세 흐름으로 가더라도 그 속도와 폭은 완만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원화 강세에 대한 일방적인 기대가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에 위험을 경계하는 심리가 있어 급격한 환율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원화 값이 연말까지는 달러당 1100원대 안팎에서 형성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 변동 폭과 거래량은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6~9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변동성은 하루 평균 4.1원으로 2007년 4분기 3.8원을 기록한 이후 최소 폭이다.

3분기에 은행간 외환 거래 규모 역시 일일 평균 216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4.6%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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