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복씨 “귀농학교서 배우고 정부 지원받아 안착”

소령으로 전역한 이용복씨는 고향으로 돌아간 ‘연어족(族) 농군’이다. 부모님은 평생 농사를 지었지만 본인은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다. 제2의 인생을 마음먹은 후 귀농 학교에서 농업을 배우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정책을 꼼꼼히 찾아 내것으로 만들었다.

2009년 소령으로 전역한 이용복씨는 고향인 충남 태안에서 친환경 무농약 농법으로 파프리카를 재배해 귀농에 성공했다. 귀농 전 귀농학교에서 농업에 대해 공부하고, 꼼꼼하게 정보를 모아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정책을 얻은 것이 비결이었다.
2009년 소령으로 전역한 이용복씨는 고향인 충남 태안에서 친환경 무농약 농법으로 파프리카를 재배해 귀농에 성공했다. 귀농 전 귀농학교에서 농업에 대해 공부하고, 꼼꼼하게 정보를 모아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정책을 얻은 것이 비결이었다.
“아직은 창업영농에 불과하지만, 강소농(强小農)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항상 부족하다는 마음가짐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정직한 농산물을 생산해 내 가족, 일가친척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소비자와 신뢰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강소농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평천리에서 친환경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농군 이용복(47)씨는 2009년 소령으로 전역했다. 고향 태안에서 부모님들이 평생 농사를 지었다. 제2의 인생을 계획할 때, 자연스레 농업을 택하게 됐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농군의 자식이었지만, 47년간 농사는 항상 부모님의 몫이었다. 자신이 농사를 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농군으로 제2의 인생을 열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에 꼼꼼하게 준비했다. 지인들과 인터넷을 통해 서울에 귀농 관련 학교가 있다는 걸 찾아냈다. 여러 학교들 가운데 그가 선택한 곳은 ‘귀농·귀촌 비즈니스 대학’. 이씨는 매주말 학교에서 귀농에 대한 이론 교육을 받고 현장 체험 학습을 했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귀농 관련 정책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영농후계자로 선정돼 창업자금 지원받아

“각 지자체별로 귀농·귀촌자에 대한 여러 가지 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농촌의 고령화와 이탈하는 젊은 층의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구유입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정보를 수집했어요.”

이용복씨는 지방자치단체 군청 농업정책과 담당자들에게 직접 전화해서 귀농·귀촌 정책, 영농후계자에 관해 꼼꼼히 물어봤다. 구체적인 자격요건과 지원시기 등을 확인하고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상세한 상담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필요한 것을 하나씩 챙기기 시작했다.

농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영농후계자신청 서류를 작성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귀농·귀촌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신청서를 작성해 군청 농정과에 제출했다. 다행히 이씨는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인재개발원에서 2010년 9월 최종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씨는 고향인 태안에 파프리카를 재배하기로 결정하고 창업자금 8천2백만원을 지원받아 3백평 규모의 비닐 하우스를 신축했다. 남들보다 늦게 농업에 뛰어든 점을 감안해, 어렵지만 ‘친환경 무농약’으로 재배하기로 결심했다.

무농약 농법에는 갖가지 어려움이 따랐다. 대표적인 것이 병충해였다. 이씨의 말이다.

“무농약 친환경 인증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하우스 내부에 있는 잡초조차 손으로 뽑아야 합니다. 일일이 이랑에 나는 잡초를 뽑고 검은 비닐을 덮었어요.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은행잎과 은행 껍질을 발효시킨 자연 친화 액체 비료를 사과 식초와 혼합해서 수시로 살포했죠. 농약을 썼으면 정말 간단했겠죠?”

친환경 농산품으로 승부… 판로도 직접 뚫어

이씨가 손수 잡초를 뽑고 자연산 비료를 뿌린 파프리카는 빛깔과 향이 달랐다. 그는 “파프리카 특유의 싱그러운 오렌지, 노랑, 빨강색이 선명하게 나오는 걸 보고 역시 무농약 농법을 고집한 게 ‘잘했구나’ 싶었다”고 했다.

고생고생해서 좋은 파프리카를 생산했지만, 판로를 뚫는 것이 마지막 난관이었다. 그가 정착한 고향 근처에서는 파프리카 재배농가가 없었다. 이는 판로를 뚫고 홍보를 함께할 수 있는 동업자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출하하기 위해 스스로 상품명을 지었다. ‘태안 해풍 황토 파프리카’. 어렵게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가락동에 왔지만 양액 재배(스펀지에 심어서 영양제와 비료를 주고 키우는 농법)를 하는 파프리카에 비해 그의 파프리카는 너무 초라해 보였다. 황토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했기 때문에 크기가 일정치 않고 작아서 이른바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의 고추 비닐 하우스에서 고추를 수확하고 있는 이용복씨.
자신의 고추 비닐 하우스에서 고추를 수확하고 있는 이용복씨.

이용복씨는 판매 전략을 달리했다.

“지역 내 인맥, 지인들의 인맥을 통해 일단 저렴하게 뿌렸어요. 맛과 향기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입소문만 나면, 일반 파프리카를 찾지 않고 제 파프리카를 찾을 거라고 자신했기 때문이죠. 누가 먹어봐도, 황토에서 무농약으로 기른 파프리카의 맛, 향기, 당도는 일반 파프리카가 따라 올 수 없어요.”

이씨가 자신한 대로 여기저기서 그의 파프리카를 찾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첫번째 출하 때는 다소 손해를 봤지만, 두번째 출하에서 8백만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그는 “큰 돈은 아니었지만, 친환경 무농약 재배의 효과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파프리카 재배에서 자신감을 찾은 그는 고추에 눈을 돌렸다. 정부가 비가림 고추 재배를 권장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정부에서 1천2백50만원의 사업비를 보조해주는 사업에 신청해 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함께 고생한 아내 위해 전원주택 지어

처음 파프리카를 재배할 때처럼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많았다. 고추종묘를 바꿔 심어 수확한 고추를 버리는 일도 있었다. 또 무농약재배라 진딧물과 흰가루병 발생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사과 식초와 소주를 배합해 틈 날 때마다 뿌렸다. 힘들었지만, 운이 따라줬고 달콤한 보상이 기다렸다. 2011년 잦은 폭우와 집중호우로 노지 고추가 탄저병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기른 무농약 비가림 고추 가격이 3배 이상 폭등해 3백평 규모에서 재배한 고추를 팔아 1억2천5백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최근 농장 근처에 전원주택을 신축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잘 모시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고생한 아내 윤영숙씨에게 말 그대로 전원생활을 주고 싶어서다. 또 고추가공시설을 설치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이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면 절대로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웃었다.

문의 ☎041-674-2313

[글·사진: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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