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 일출제 `차질'…화재 원인은 `오리무중'

   
▲ 20일 오전 전남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向日庵)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잿더미로 변한 대웅전의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 뉴시스
새해를 10여일 앞둔 20일 새벽, 전남 여수 향일암(向日庵. 전남도 문화재자료 40호)이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날 0시 25분경 발생한 화재로 대웅전(51㎡), 종무실(27㎡), 종각(16.5㎡) 등 사찰 건물 8동 가운데 3동이 전소돼 6억여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냈다.

또 대웅전 내에 있던 불상화 탱화 등 문화재도 함께 불에 타 피해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나자 소방대원과 공무원, 지역주민 등 250여명이 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사찰이 바다를 내려다보는 높은 산 중턱에 있는데다 바람과 건조한 날씨 등으로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화재 당시 사찰에 거주하고 있었던 스님 16명은 긴급히 대피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화재로 여수시가 마련한 제14회 향일암 일출제는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는 오는 31일부터 새해 첫날인 1일까지 해넘이, 제야의 종 타종식, 일출 행사 등과 함께 여수 엑스포 성공 기원을 겸하는 행사를 향일암에서 치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종각이 불에 타면서 타종식은 사실상 무산됐고, 주변 화재 정리 등으로 향일암 접근자체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여 향일암에서 바다위로 떠오르는 일출의 장관또한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화재를 조사 중인 전남 여수경찰서는 사찰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나 건물이 모두 불에 타 단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있다.

이에 경찰은 향일암에 외부인의 출입이 가능했다는 점을 토대로 우선은 방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정밀 감식을 벌여 원인을 밝혀낼 예정이다. 

한편, 향일암은 원효대사가 659년(의자왕 19년) 원통암(圓通庵)이란 이름으로 창건했으며 1715년 인묵(仁默)대사가 지금의 자리로 암자를 옮기고, '해를 바라본다'(向日)는 뜻의 향일암으로 명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마다 새해 일출제에는 전국에서 수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대표적 해맞이 명소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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