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25일 특검에 소환됨에 따라 초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검에 앞서 수사했던 검찰은 시형씨를 서면조사만 하고 불기소 처분해 ‘봐주기 수사’라는 질타를 받은 반면 특검팀은 대통령 일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수사 착수와 동시에 10여명을 출국금지하고 전방위 압수수색과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바닥 다지기’를 해온 특검팀이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는 모양새다.

특검의 시형씨 소환은 예상외로 빠른 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형씨 변호인은 다음달 중순 이후 소환할 것을 요청했지만 특검은 초반 소환전략을 밀어붙였다.

통상 수사절차를 감안하면 토지 매입의 주체이자 당사자인 시형씨 소환은 특검팀의 수사가 ‘핵심’을 향해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특검팀은 시형씨를 상대로 그동안 사저 부지 매입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 전반을 강도높게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의 수사는 ▲사저 부지 매입 과정을 둘러싼 자금 출처와 흐름 ▲사저 부지 매입에 관여한 청와대 인사 등 관련자들의 역할로 나눠 크게 ‘투 트랙’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시형씨는 검찰에 낸 서면답변서에서 부지 매입 대금 중 6억원을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현금으로 빌렸다고 진술했다. 우선 ‘6억원 미스터리’가 조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념상 6억원이나 되는 큰돈을 계좌이체가 아니라 현금다발로 주고받을 이유가 있었는지가 의문이라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시형씨가 가져온 현금다발을 굳이 청와대 관저 붙박이장에 약 한 달간 보관한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관행적으로 뭉칫돈 거래는 자금 세탁이나 은밀한 금품수수 과정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라는 점에서 이 돈의 출처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검찰은 자금의 출처 조사를 제대로 벌이지 않았다.

특검팀은 시형씨의 서면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의문의 6억원 출처가 어디인지를 비롯해 비자금 조성 여부 등을 두루 파헤친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또 토지 매입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들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호처가 실무를 주도했고, 이 대통령은 보고만 받았다’는 게 기존 해명의 골격이지만 특검 수사에서 이같은 설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검팀은 사저 부지 매입 과정을 애초 누가 구상하고 기획했는지, 이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전체 과정을 총괄 지시하는 ‘윗선’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김세욱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행정관이 “땅값과 세금 처리를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지시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백준 전 기획관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BBK 의혹’을 비롯해 이 대통령이 연루된 의혹에서 여러 차례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이다.

특검 수사는 사저 부지 구입 자금의 흐름을 되짚어가면서 출처를 확인하는 수순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후 자금 출처나 매입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기존 검찰 수사와 다른 내용이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수사가 전면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

시형씨가 마련한 부지 구입대금 12억원 중 나머지 6억원은 어머니 김윤옥 여사 소유의 서울 논현동 땅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이다.

특검팀은 ‘어떤 성역도 금기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김 여사도 수사 대상이 될 여지도 있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김 여사 명의의 땅을 담보로 6억원을 대출받은 경위를 확인하고자 나흘째 농협 청와대 지점 및 종로지점 직원을 소환조사했다.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이상은 회장은 시형씨에 이어 곧바로 소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회장은 특검팀이 수사 착수와 동시에 출국금지를 하려 했지만 이미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피성 출국’ 논란이 일었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중국에 머무는 동안 이 회장의 부인인 박모씨에게 출석을 요구했고, 24일 이 회장이 귀국하자마자 소환을 통보하고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특검팀이 시형씨 소환을 시작으로 이 대통령 일가에 대한 본격 조사에 착수한 만큼 특검의 칼날이 어디까지 겨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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