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을 둘러싼 노사정 합의와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을 바라보면서 우리 시민단체들은 애초의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취지가 퇴색되고 있어 실망과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2월 4일 노사정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 시행에 동의하면서도 ‘중소기업의 합리적인 노조활동이 유지 될 수 있도록 노사 교섭 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 관련 활동에 대해 사업장 규모별로 적정한 수준의 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합의 하였다.

이는 이미 13년 전부터 시행키로 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전면 금지 원칙에는 다소 미흡하지만 다른 법률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노사 공동 활동 등에 한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에서 근로시간을 면제키로 한 것으로 노사정이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여 합의를 본 것으로 긍정 평가한다.

이처럼 노사정이 양보와 타협으로 어렵게 합의안을 만든 만큼 합의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는 합의 후 ‘단체협약이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및 ‘통상적인 노동조합관리업무’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예외로 추가할 것을 여당에 요청했고, 여당은 이를 수용하여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노사정 합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특히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업무’가 법문에 포함되면 현행법 하에서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 대상인 파업준비시간 및 파업, 불법집회 등도 근로시간 면제가 되어 입법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노사정 합의정신을 중대히 위반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이는 절대 근로시간 면제대상에 포함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아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노동계는 노사정 합의를 무시하고 통상적인 노조 업무를 근로시간 면제 대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노조에 대한 처벌규정 삭제 및 기존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인정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현재의 전임자 임금 지급 관행을 유지하려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만에 하나 이러한 노동계의 요구가 관철된다면 일차적으로 근로시간 면제대상 범위가 모호하고 불명확해져 향후 시행령 마련에 노사정간 갈등과 대립은 불가피하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라는 노사정 합의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최근 여야는 추미애 환노위원장의 종용에 의해 이른바 다자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는데, 기존 노사정 논의 틀을 무시하고 뛰쳐나갔던 민노총은 다자협의를 통해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의 무력화를 재시도할 것이 명확하다. 따라서 이 다자협의체에서 기존 노사정 합의의 틀 내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파행을 면할 수 없다는 점을 구성원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

노사관계 법 제도 선진화를 위해서는 노조가 압박하여 노조전임자에 대해 사용자로부터 임금을 지급받는 불합리한 관행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임자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특정한 노사 공동 활동에 대해서만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운영하기로 한 노사정 합의의 기본정신은 지켜져야 하며 근로시간 면제 대상 범위는 노사정이 합의한 범위 내에서 단위 사업장의 노사 간에 다툼이 없도록 명확하게 법령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노사관계 선진화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치권의 현명한 판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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