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특별기고>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과 한반도"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오바바 행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추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가 한국정부와 함께 추진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2001년초 공화당 부시 대통령의 집권으로 중단되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을 추진한 부시는 클린턴의 포용정책을 전면 부정(ABC)하고, 이른바 부시 독트린을 통해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정하고, '군사적 선제공격'으로 제거해야할 '정권교체'의 대상으로 선포하면서 한반도에는 전쟁의 위험과 긴장이 고조되어갔다.

부시 행정부는 불확실한 고농축우라늄계획(HEUP) 의혹을 제기하여 제네바합의를 파기하고, 북한은 핵개발을 재개하여 플루토늄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사태는 악화되어갔다. 너무 늦었지만 부시 대통령이 임기 말에, 최초 6년간 지속해온 적대시정책을 버리고 포용정책으로 180도 급선회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 할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우선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와 함께 이에 상응하여
은 북한을 적성국교역법 적용대상과 테러지원국명단에서 해제하는 등 적대관계 해소조치를 시작하면서 핵문제 해결의 한 고비를 넘게 되었다.

이제 미국은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의 완전폐기조치와 함께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여 한반도 냉전을 끝내고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과업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클린턴 행정부가 시작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기조와 동아시아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밝힌 발언과 민주당의 정강정책, 그리고 공약집의 내용 등이 참고가 될 것이다. 물론 이상적인 선거공약이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여 모두 그대로 지켜질는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다.

신 행정부가 추진할 미국의 대외정책기조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민주당의 전통적 외교노선인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외교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전쟁보다는 평화를, 군사력의 사용보다는 경제·외교적 수단을, 하드 파워보다는 소프트 파워를 더 중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군사적 선제공격 독트린, 적과
양자택일의 강요, 국제협약의 일방적 파기 등 군사적 모험주의와 '힘에 의한 일방주의 외교'에서 벗어나 오바마 행정부는 다자협력에 의한 국제주의 외교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군사적 모험주의로 민주주의 확산을 강요하기 보다는 접촉과 개입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며 민주주의 확산을 도모할 것이다.

또한 신 행정부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앞장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는 지난 20세기말 10여년 간,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노력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제2차 전략핵무기감축협정START-II 이행 거부, 요격미사일제한협정ABM의 일방적 파기,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발효 거부, 벙커 버스터용 소형핵폭탄 개발추진 등 역주행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아왔다.

민주당의 공약집에 의하면, "오바마-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궁극적으로는 보유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겠다는 핵확산방지협약NPT 체결 당시의 다짐을 지킬 것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 행정부는 핵무기 비보유국의 핵개발을 저지하는 핵확산방지와 함께 핵보유국의 핵무기 감축, 폐기를 병행하여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동북아 외교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떠오르는
'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네오콘이 주도한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한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네오콘의 중국에 대한 안보우선 전략과는 달리, 오바마와 민주당에서는 중국을 ‘공존할 수 있는 경쟁자’요, ‘아시아에서 중시해야할 미국의 새로운 파트너’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중국을 포용하고 국제체제에 편입시켜 평화적으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접근방식을 중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동아시아에서 기존의 양자 안보동맹을 중시하는 동시에 다자주의 평화 안보협력체제 구축을 강조한다. 양자동맹과 다자 안보체제의
를 통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오바마는 대선과정에서 "임시방편적인 6자회담보다는 공고한 지역 평화안보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핵 확산 방지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북핵문제 해결을 서둘 것으로 전망된다. 조속히 "북한의 핵무기프로그램을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이 당면한 복잡 다양한 외교현안 중 해결책이 이미 제시되어 있는 것은 북핵문제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해결의 의지만 있다면 북핵문제야말로 오바마가 집권 후 서둘러 외교성과를 거양할 수 있는 현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하여 "지속적이고 직접적이며 적극적인 외교"sustained, direct and aggressive diplomacy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부시 때와는 달리, 가다 서다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그리고 북한과 직접적으로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6자회담을 배제한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북한에 빌미를 제공하여 벼랑끝전술에 걸려 피동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는 공세적인 외교를 강조했다.

클린턴이 그랬던 것처럼 오바마는 미·북정상회담을 통한 포괄적 접근을 시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북한을 포함한 불량국가 지도자들과 아무런 조건 없이 직접 만날 수 있다"며, "충분한 준비협상을 거쳐 집권 1년 내에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클린턴은 한국정부와 공조하여 포괄적 포용정책으로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했다. 북한과의 직접협상을 통해 핵과 미사일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관계개선을 추진했다. 미국과 북한은 북한 조명록 특사의 워싱턴 방문을 통해 관계개선을 위한 <미·북공동코뮈니케> (2000.10)를 채택했다. 그리고 클린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하여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는 등 미·북관계 개선 노력이 급진전되었다. 한편 남과 북은 분단역사상 최초의 정상회담을 통해 <6.15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하고, 반세기 불신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남북화해협력의 새 시대를 열었다.
도 북한과의 수교협상을 전개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미공조를 통해 포괄적 포용정책을 추진한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과 경험을 계승 발전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조금씩 점진적incremental 접근방식이 아니라 일괄타결방식의 포괄적comprehensive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미·북관계정상화, 한국전쟁 종식과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일본과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그리고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위한 지역안보협력체의 구성 등을 포괄적으로 추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에서 냉전구조를 해체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적극 추진하여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통해 미국의 국익을 도모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에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를 구축해야하는 우리로서는 슬기롭게 이 황금의 기회를 포착 활용해야 할 것이다. 경색된 남북관계 복원, 경제협력 활성화를 통한 남북경제공동체 건설, 군비통제 협상 추진 그리고 남북연합 구성 등으로 오바마 행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중앙뉴스 기사제휴사=브레이크뉴스]
 
**사진/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와의 정책공조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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