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귀농을 돕는 지역단체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 발간한 귀농귀촌 관련 책자 <촌에 살고 촌에 웃고>에 소개된 귀농 우수단체 중 한 곳이 진안군뿌리협회다. ‘뿌리’라는 이름부터 남다르다.
 
오랫동안 고향의 뿌리를 지켜온 주민들과 새롭게 뿌리를 내리려는 귀농귀촌인들이 힘을 합쳐 살기 좋고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소망이 배어난다.

진안군뿌리협회 최태영 상임대표(오른쪽)가 10월 17일 진안군 연장리 원연장 마을 귀농인의 집을 찾아 이곳 관리를 맡고 있는 최현석 간사와 인사를 나눈 뒤 웃고 있다. 두 사람은 진안군 마을간사 선후배이기도 하다.
진안군뿌리협회 최태영 상임대표(오른쪽)가 10월 17일 진안군 연장리 원연장 마을 귀농인의 집을 찾아 이곳 관리를 맡고 있는 최현석 간사와 인사를 나눈 뒤 웃고 있다. 두 사람은 진안군 마을간사 선후배이기도 하다.

갈색 원목으로 표면이 덮인 사각기둥 위에 쓴 ‘진안 원연장 꽃잔디 마을’이란 글씨가 날아갈 듯 예쁘다.
 
전북 진안읍과 전주 사이의 국도변 진안군 연장리 입구 안내기둥이다.
진안읍에 위치한 진안군청에서 서남쪽으로 약 4킬로미터가량 거리에 있는 연장리 원연장 마을 ‘귀농인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원연장 귀농인의 집은 붉은 원목으로 지어진 체험관(강연, 교육용)과 황토흙집(숙소)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마당까지 달려나와 반기는 이가 이곳 귀농인의 집 관리자인 최현석(36) 간사다.

그가 반갑게 맞이한 것은 진안군뿌리협회 최태영(64) 상임대표다. 이 둘은 진안군 마을간사 선후배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지난 2006년 진안군청이 모집한 마을간사 1기 출신, 최 간사는 원연장생활 3개월째인 ‘새내기 간사’다.

마을간사 제도·귀농인의 집 처음 만들어

“진안군이 마을간사 제도를 도입한 것은 고령화와 공동화로 생기를 잃어가는 진안군에 동반자, 혹은 협력자들을 모아 공동체 문화를 다시 살리고 생기를 불어넣기 위함이었지요.”

최 대표는 마을간사 제도를 비롯한 진안군의 귀농귀촌 정책은 2001년 만들어진 ‘마을 만들기’라는 커다란 명제 아래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마을 만들기 사업은 ‘주민 주도의 상향식’ 지역발전 전략으로, 이미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마을간사 제도나 귀농의 집 등 노하우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 도입된 진안군 내 귀농인의 집은 최장 10개월까지 귀농희망자가 머물며 귀농교육을 받고 현지 사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정부와 마을이 공동투자해 만든 시설. 현재 6곳이 운영되고 있다.

“진안군의 귀농귀촌 정책의 특징은 지원금으로 유인해 이주자 숫자를 늘리는 방식은 지양한다는 것입니다. 대신 더디더라도 마을 만들기를 통해 살기 좋은 고장이란 인식을 심어주면서 입소문을 통해 이곳에 뿌리를 내릴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늘려가는 것이지요.”

최 대표는 진안군의 마을 만들기 사업의 3대 축으로 ▲마을간사들로 구성된 마을간사협의회 ▲귀농귀촌인들로 이뤄진 진안군뿌리협회 ▲지역별로 구성된 진안마을만들기지구협의회를 들었다.

최 대표가 진안으로 오게 된 계기가 된 마을간사 제도는 마을마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실무능력을 갖춘 간사를 한 명씩 배치하고 그 임금을 진안군이 지원해 주는 제도다. 마을간사들의 정착률이 70퍼센트 정도이니 그만큼 이곳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생각으로 온 경우가 많다는 방증이다.

최 대표도 서울에서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귀농을 준비하다 마을간사로 진안에 와 지금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민관협력기구로 문을 연 진안군 귀농귀촌센터를 바탕으로 결성된 뿌리협회는 귀농귀촌 상담·안내와 함께 뿌리농촌학교를 운영해 귀농인 희망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뿌리농촌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내실 있는 귀농귀촌의 올바른 길라잡이가 되도록 애써왔다. <뿌리를 튼튼하게 사는 삶>이란 잡지를 발간하고, ‘뿌리생활문학상’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진안군 마을 만들기 사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인 진안군마을축제의 모습. 한 방문객이 달걀꾸러미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진안군 마을 만들기 사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인 진안군마을축제의 모습. 한 방문객이 달걀꾸러미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올 9월까지 귀농귀촌 상담 8백 건 넘어서

뿌리협회가 주관하는 가장 특색 있는 도시민 이주지원사업이 2008년부터 시행중인 ‘귀농인 창업지원’이다.

“진안읍에는 아직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없어요. 진안군 통틀어 목욕탕이 단 2군데입니다. 도시에는 흔하지만 진안에는 없는 것, 진안의 삶에 기여하는 어떠한 아이디어도 지원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벼룩시장 아이디어, 마을홍보지 제작, 약선요리 창업교육, 우리 지역 영상 만들기 등이 적게는 1백만원, 많게는 9백만원까지 지원받고 진안에서 펼쳐졌다.

올해 제5회를 맞은 진안군마을축제(8월 2~7일 개최)는 그동안 진행된 진안 마을 만들기의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다.

“외지에서 오신 분들이 처음에 당황해해요. 주요 행사장이 어딘가 찾느라고요. 진안군마을축제는 진안군 내 20여 개 마을 곳곳에서 열립니다. 각 마을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한 어떤 것이든 펼쳐보여주는 것이 진안군마을축제입니다.”

뿌리협회 사무실은 진안군청 인근 진안군한방약초센터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최 대표는 2008년 6백80건, 2009년 5백68건, 2010년 8백20건, 2011년 7백68건이던 귀농귀촌상담 전화가 최근 급증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올 9월까지 이미 8백 건이 넘었다”는 것.

“귀농엔 원하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 필요”

최 대표는 진안군이 귀농귀촌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진안군청의 역할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귀농귀촌 담당자가 가능하면 같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배려했습니다. 또 승진까지 미뤄가며 업무에 헌신한 공무원도 있었고요.”

그렇게 헌신한 공무원이 2012 귀농귀촌 페스티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이호율 현 성수면사무소 산업담당 계장이다.

“경제적 지원만이 성공적인 귀농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과장된 홍보도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진정한 농촌 발전이 무엇인지, 우리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있어야 합니다.”

단지 경제적 성과만으로 귀농귀촌의 성공을 가늠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최 대표를 뒤로하고 진안읍을 벗어났다. 진안 IC로 접어들어 익산 방향으로 차를 달리는 순간 붉은 저녁노을 아래 한 쌍의 말귀 같은 마이산의 실루엣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낮의 마이산보다 더 아름답다. 진안다운 풍광과 정서가 있는 마을 만들기에 열심인 분들의 삶 역시 아름다웠다.

[글·사진: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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