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서 강남구 삼성동 삼성교까지 강남을 동서로 가르는 길이 4㎞의 10차선 도로인 테레란로.

1980년대 중반을 전후로 고층 오피스 빌딩과 호텔, 백화점, 대기업 본사, 정보통신(IT) 기업 등이 잇따라 집결하며 형성된 ‘테헤란밸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대한 신흥 업무·상업 클러스터이자, ‘강남 시대’를 함축하는 상징이 됐다.

30년이 흐른 2012년. 이제 서울 용산이 제2의 테헤란로를 꿈꾸기 시작했다.

초고층 오피스빌딩과 호텔, 상업시설, 최고급 주거단지가 어우러진 차세대 랜드마크 클러스터를 형성 중인 용산의 얼굴이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대목은 용산의 얼굴을 완전히 뒤바꿀 30조원대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사업주체간 갈등으로 초읽기에 들어간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소송 비화 조짐 등을 보이며 파탄 위기에 놓였다는 것.

하지만 사업 정상화의 물꼬만 튼다면 강남을 뛰어넘는 주거·업무·상업 복합 클러스터로서 강북의 르네상스를 주도할 것이란 장밋빛 기대가 가능해 보인다.

◆ 국내 최다 객실 호텔 들어서

용산 한강로 3가 용산관광버스터미널 건물은 2300여실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로 탈바꿈한다.
          ▲ 아모레 퍼시픽 신사옥 완공 후 예상 모습/아모레 퍼시픽 제공
1만9153㎡의 부지에 최고급 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이 각각 들어선다. 최고급 호텔은 25층짜리 1개동에 340실이 들어서며, 비즈니스 호텔은 30층짜리 2개동에 2000실이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객실 규모로는 국내 최대다.

용산구 동자동 제8구역 도시환경정비구역 7995㎡ 부지에도 관광호텔이 들어선다. 당초 업무용 건물이 들어서기로 했으나, 359개 객실을 갖춘 숙박시설과 업무·근린생활 건물을 세우는 것으로 정비계획이 수정됐다.

쌍용건설은 이곳에서 ‘용산 쌍용 플래티넘’ 오피스텔(전용 21~29㎡ 579실) 1개동과 호텔·오피스 1개동 등 2개동을 1개 단지로 구성한 복합단지로 선보인다. 서울 도심권에선 최초로 오피스텔과 호텔이 함께 들어서는 현장이다.

◆ 신사옥 건립도 잇따라

새로운 성장 도약을 다짐하는 기업의 신사옥 건립도 용산의 얼굴이 바꾸고 있다.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은 1976년 지하 2층 지하 10층으로 지어진 현재 사옥을 허물고 2016년까지 최고 23층 높이의 최신식 복합 업무빌딩으로 새롭게 지을 계획이다.
         ▲ 현대산업개발 용산 신사옥 아이파크몰/현대산업개발 제공
대지면적 1만4523㎡, 연면적 12만3450㎡ 규모로, 연면적 기준으로 현재 사옥보다 9배 이상 넓어진다.

신성장의 비전을 담은 건축인 만큼 건물 설계에도 외국 유명 건축가에 맡길 정도로 남다른 공을 들였다.

현대산업개발도 강남구 삼성동 시대를 접고 지난해 12월 용산 한강로 아이파크몰로 사옥을 옮기며 용산 시대를 열었다.

한강로3가 65일대에는 LG유플러스 본사 신사옥도 들어설 예정이다.

◆ 강북의 신흥 고급 주거단지 형성중

강남 부럽지 않은 고급 주상복합촌이 형성돼 가는 것도 용산의 달라진 위상을 말해준다.

용산 일대는 2004년 한남 하이페리온과 대우 트럼프월드Ⅲ를 시작으로 2005년 용산 파크자이와 이안 용산, 2007년 시티파크와 용산 CJ나인파크, 2008년 파크타워, 2010년 리첸시아 용산 등의 내로라 하는 주상복합 단지들이 밀집하며 신흥 고급주거촌을 예고했다.

         ▲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 시공 현장 전경/동부건설 제공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용산구 일대에 조성된 주상복합은 20개 단지 4480가구. 이런 가운데 동부건설이 분양중인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전용 128~208㎡ 365가구)은 내년 입주를 앞두고 있다.

한강로지구, 문배지구, 남영동주거지구, 동자동업무지구 등과 같은 진행중인 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면 국내 최대 주상복합 촌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 상가 몸값은 명동 제껴

당장 용산의 달라진 모습은 상가시장에서도 묻어난다. 용산 상가의 몸값은 이미 대한민국 최고가인 명동 상가를 앞질렀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서울시내 3만여개 상가 매물가격을 분석한 결과, 면적 당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용산동 3가로, 3.3㎡ 당 매매가격이 1층 기준 1억60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서울시 전체 평균인 2886만원보다 3.6배나 높은 수준.

2위는 종로구 동숭동(8000만원), 3위는 중구 명동(7696만원)이었다. 특히 용산구 한강로3가(7338만원), 한강로1가(7265만원), 이촌동(6635만원)이 뒤를 이으며, 상위 10곳 가운데 용산구에서만 4개 지역이 포함됐다.

한강로 일대 상가가 높은 매매가를 보인 것은 용산역세권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