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단은 우선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주요 경제 범죄에 대해 피고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국민참여재판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피고인이 희망할 경우에만 국민참여재판이 실시된다. 다중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총수 일가의 배임·횡령과 '일감 몰아주기' 등은 국민 배심원단이 직접 단죄(斷罪)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추진단은 또 주요 경영진의 급여·보상 내역을 개인별로 공시토록 할 방침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사장의 월급이 각각 공시된다.
추진단 관계자는 "현재는 사업보고서에 등기이사 연봉 총액만 기재돼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추진단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밝힌 '총수 일가의 부당 이득 환수'에 대해 거의 비슷한 입장을 확정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또 "안 후보의 '계열 분리 명령제'라는 다소 비현실적 방안보다는 정부기관이 대기업의 부당거래 반복시 강제로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지분조정명령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신규 순환 출자 금지에 더해 기존 순환 출자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키로 했다.
이는 '3년의 유예기간 내 기존 순환 출자를 해소토록 하겠다'는 문재인 후보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렇게 할 경우 대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지분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소송제·다중대표소송제·소비자피해구제명령제 등을 새로 도입하거나 강화하기로 했다.
추진단은 금융·보험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15%에서 5%로 제한하기로 했으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해 금융·산업을 분리하자는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횡령·배임에 대한 징역형 처벌 △사면권 행사 제한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도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제기했던 것들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앞서 이 모임 소속 김세연 의원을 경제민주화추진단 간사로 임명해 경제 민주화 공약 개발을 총괄토록 했었다.
◇朴의 선택 종용하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겸임하는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추진단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계획인 11월 중순보다 앞당겨 이날 경제 민주화안을 확정했고, 일부 내용이 언론에 알려졌다.
박근혜 후보에게 "공약을 채택하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사실상 종용한 셈이다.
당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박 후보가 주변 인사들의 조언을 듣고 공약을 수정할까 우려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앞서 성장을 중시하는 이한구 원내대표는 김종인 위원장과 갈등 끝에 선대위에서 빠지고 안종범·강석훈 의원은 국민행복추진위에 소속됐다가 후보 비서실로 자리를 옮겼다.
박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경제 민주화에 관한 한 전권을 부여한 셈이다. 하지만 당내 경제통 의원들 사이에선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공약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박근혜 후보의 최종 선택에 따라 김종인 위원장과 당내 온건파와의 갈등이 재현될 소지도 있다.
신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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