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인도 가격상승 기대감 적어…가치하락 뒤늦게 반영



9.10 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후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는데도 오히려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보통 거래가 잘 되면 집주인들이 싼 값에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여 시세를 끌어올리는 일이 일반적이지만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신고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9월 2천122건, 10월 3천944건, 11월(12일 현재) 1천247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9월24일부터 시행된 이후 주택 거래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달 들어 거래량이 10월보다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9.10대책 시행 이전보다는 활발한 편이다.

하지만 가격 동향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부동산114 조사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취득세 감면이 확정된 9월 마지막주 이후 6주 연속 하락했다.

하락률도 0.02%, 0.04%, 0.05%, 0.05%, 0.06%, 0.06% 등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서도 서울의 전체 주택 매매가격은 9월 0.4%, 10월 0.4% 각각 떨어져 하락세가 여전하다. 수도권 매매가격도 똑같이 9월 0.4%, 10월 0.4% 각각 하락했다.

강남구 개포동 J공인 관계자는 "8월에는 거래 한 건 성사시키기가 어려울 정도로 거래가 부진하면서 가격도 떨어졌다면 요즘은 꾸준히 거래가 되는데도 가격은 여전히 오르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거래량과 가격이 반대로 가는 이유 중 하나는 근본적인 주택경기 회복 기대감이 낮기 때문이다.

J공인 관계자는 "11월 들어서도 하루 한 건이나 적어도 2~3일에 한 건은 거래가 되고 있다"면서도 "급매물이 팔리면 다른 매도인이 가격을 좀더 높여서 내놓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팔린 가격에 그대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취득세율이 원상 복귀되는 내년 초에는 주택거래가 당분간 끊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가격을 무리하게 높이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매수세가 있을 때 얼른 팔아치우고 싶어하는 매도인들이 많다는 전언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팀장은 "집주인들이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이야기"라며 "공급자조차 시장을 불안하게 보니까 계속 싼 매물이 밀려나와 가격이 바닥을 계속 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9.10 대책 발표 이후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재건축 단지와 강남권 아파트마저 도로 가격이 원상복귀하는 추세다.

개포주공 1단지 전용면적 36㎡는 9월 초 5억7천500만원에서 지난달 중순 최고 6억1천500만원까지 올랐다가 지난주 5억8천만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자이, 반포한양 등도 11월 들어 한 주만에 1천만~2천500만원씩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포동 T공인 관계자는 "개포주공은 평형별로 3천만~5천만원씩 올랐다가 추격매수가 뜸해지니 2천만~4천만원씩 도로 떨어진 상태"라며 "1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안 통과에도 큰 반응이 없다"고 전했다.

또 실제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시세에 다소 늦게 반영된다는 점에서 진작 떨어졌어야 할 가격이 뒤늦게 포착된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박 팀장은 "거래가 안되면 부동산 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는데 나중에 거래가 되면 하락한 부동산 가치가 뒤늦게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며 "진작 떨어진 부동산 가치가 시세에 늦게 잡히는 착시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주택자나 하우스푸어가 싸게 내놓는 물건이 많아 당분간 가격이 계속 바닥을 다지면서 연착륙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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