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2일 야권 후보 단일화 방식을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안 후보는 이날 부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이기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에 무게를 뒀다.

반면 문 후보는 "안정적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후보 적합도 평가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후보 단일화에서 가장 중심적인 방법이 될 여론조사의 설문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양측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문·안 두 후보가 단일화의 기준이 무엇이 돼야 하는가를 직접 언급하면서 공개적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安 "누가 박근혜 이기느냐로 봐야"

안 후보는 이날 부산대 강연에서 "국민이 이기고, 상식이 이기고, 미래로 나가는 단일화가 중요하다"며 "그래서 본선에서 누가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안철수 펀드' 발매 전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국민과 함께 결승선을 넘고 싶다"고도 했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도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국민의 의사가 잘 반영될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 문·안 후보 중 누가 더 큰 차이로 이기는가를 봐야 진정한 본선 경쟁력을 알 수 있다"며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누가 야권 단일 후보로 경쟁력이 높은가'라는 설문에선 안 후보가 앞서고, '누가 야권 단일 후보로 적합한가'라는 문항에선 문 후보가 앞서고 있다.

◇文측 "대통령 적합도로 봐야"

그러나 문 후보 측은 단일화 기준에 대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물론 누가 더 새 정부를 잘 이끌 것이냐를 봐야 한다"고 했다.

진성준 대변인은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국민은 누가 대통령으로서 적합하냐, 누가 적임이냐를 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박 후보와 양자 대결 경쟁력을 따지는 건 힘들지 않으냐"고 했다.
문 후보 측 일각에선 비(非)새누리당 지지층과 비박근혜 지지층을 상대로 단일 후보 적합도와 경쟁력을 동시에 조사한 뒤 평균값을 갖고 평가해 보자는 얘기도 나온다.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국민이 직접 참여해서 후보를 뽑는 절차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 참여와 알 권리 충족, 세력 통합'이라는 세 가지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일화, 文 속전속결 vs 安 지공

단일화 룰 협상팀도 문 후보는 속전속결을 위해 박영선 윤호중 김기식 의원 등 단일화 협상 경험이 있는 현역 의원 중심으로 꾸린 반면

안 후보 측은 비정치인을 앞세워 지공(遲攻) 전략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협상팀은 13일 첫 회의를 연다.

3선의 박 의원은 문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이면서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다. 재선의 윤 의원은 당 사무총장으로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야권 연대 협상을 주도했다. 단일화 협상을 주도해 이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려는 전략적 인선이라는 평가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조광희 비서실장과 금태섭 상황실장, 이태규 미래기획실장 등 측근 그룹을 협상팀에 넣었다.

이들은 민주당과 직접적 인연이 없어 안 후보 캠프 내의 민주당 출신들과 달리 협상에서 강한 논리를 펼 것으로 관측된다.

이태규 실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냈다.
안 후보 측 핵심 인사는 "안 후보가 직접 보고를 받으면서 협상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한편 양측 경제·복지 정책팀은 문 후보 측에서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과 김수현 미래캠프 지원단장, 안 후보 측에서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과 홍종호 서울대 교수가 임명됐다.

통일·외교·안보 정책팀은 문 후보 측에서 김기정 남북경제연합위원과 홍익표 소통2본부 부본부장, 안 후보 측에서 이한호 전 공군 참모총장과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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