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협상 일단 결렬, 후유증 예고

문재인(文在寅)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安哲秀) 무소속 후보 측의 단일화 협상은 20일 하루종일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장내(場內) 싸움과 장외(場外) 비방전이 얽혀 논란을 벌이다 밤 11시 30분쯤 결국 결렬됐다.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21일) 전날까지도 룰이 정해지지 못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심야 협상 결렬

이날 문 후보 측은 '누가 야권 단일 후보로 적합한가'라는 취지의 여론조사 설문으로 하자고 했고,

안 후보 측은 박근혜 후보와의 '박·문' '박·안' 양자 대결 조사 결과로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협상이 시작된 지 14시간 만이었다.

양측은 당초 이날까지 단일화 규칙을 정하기로 했었다.
21일 오전이 지나면 여론조사도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로가 유리한 룰을 관철하기 위해 양측이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비는 이날 하루만도 여러 번 있었다.
오전과 오후 하루종일 상호 비방전이 벌어졌다.
밤 8시 15분쯤에는 문 후보 측이 일방적으로 협상 경과를 공개하면서 충돌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어느 한 후보에게 명백히 유리한 방식은 심하다는 판단에서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그것 역시 잘 진척되지 않아 정회 중"이라며 서로 제시한 여론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낮 "협상을 투명하게 하자"고 했었다.



안 후보 측은 "시험지 유출사건"이라며 반발했다.

정연순 대변인은 "우상호 단장이 갑자기 논의 경과를 말해 깜짝 놀랐다.
신뢰를 깨뜨리는 행동"이라면서
"일방적으로 캠프의 입장을 담아 알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정 대변인도 적합도와 가상 양자 대결 등의 논의가 있었다는 부분은 인정했다.

양측 협상단은 이날 밤 10시 30분쯤 다시 만났지만 우 단장이 협상 경과를 공개한 것을 놓고 설전을 벌이다 1시간 만에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文·安 상호 비방전

앞서 양측은 단일화 국면에 들어선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비방전을 벌였다.

오전 9시 20분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어제(19일) 진행된 협의에서… (문 후보 측의) '통 큰 양보'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자 10분 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이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협상 내용 중 일부가 (안 후보 측에 의해) 왜곡되게 알려진 것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맏형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양보해 왔지만…"이라며 전날의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

문 후보 측 협상팀원인 김기식 의원은 20일 트위터에 '그런 (공론조사식 배심원제) 내용을 갖고 와서 받으라고 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했다.

문 후보도 이날 오전 11시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직접 안 후보 측을 비판했다.

그러자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점잖게 말씀드리는데 (문 후보 측이) 맏형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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