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은 20일, 전날 안 후보 측이 단일화 규칙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공론 조사식 배심원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안 후보 측이 제시한 공론 조사식 배심원제는 민주당 대의원(1만4000명)과 안 후보 후원자(펀드 참여자)를 동수로 배심원에 추천한 뒤 이들 중 각 3000명을 상대로 지지 후보를 조사해 결정하자는 내용이다.

안 후보 측은 "양측 동수(同數)의 지지층을 상대로 한 '지지층 조사'"라고 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방안"이라고 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안 후보 측(배심원)은 100% 지지자지만, 민주당 대의원은 (성향이) 매우 다양해서 꼭 문 후보만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며 "축구하자면서 자기들은 손발 다 쓰고 우리는 발만 쓰라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펀드' 가입자는 대부분 안 후보를 지지하겠지만, 민주당 대의원은 문 후보에게서 이탈하는 사람이 적잖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제왕적 후보가 아닌 이상 이탈이 생길 것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전망"이라며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이런 방안을 낸 것은 어이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9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 후보는 전체에선 56% 이상 득표했지만, 대의원 투표에선 32%대 득표에 그쳤다. 나머지 3분의 2가량은 손학규·김두관·정세균 등 비문(非文) 후보를 지지했다. 이 대의원 중 적잖은 수가 안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14~16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49%만 야권 단일 후보로 문 후보를 지지했고, 38%는 안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문 후보는 왜 민주당 당원들을 못 믿는 것이냐"고 했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2010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유시민·김진표 후보 단일화 때도 민주당이 썼던 방식과 비슷한데 왜 펄쩍 뛰는지 모르겠다"며 "문 후보가 자기 당 대의원을 못 믿고 자기 당을 부정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우리 지지층은 정치 경험도 없고 조직화되지도 않은 무당층이 많고, 펀드 참여자 중엔 '문재인 펀드' 참여자도 있다"며 "양측 지지층의 마음을 담아 하나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인데 문 후보가 거부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