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황당한 법안"

대선 정국을 틈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포퓰리즘 법안 중 상당수가 지난 국회 때 발의됐다가 폐기됐던 '재탕 삼탕' 법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현재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을 조사한 결과,
5개가 지난 18대 국회 때 해당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면 법사위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과거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은 법률로서 정책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함량 미달' 법안이란 얘기다.

부도 임대주택 특별법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지난 15일 민간이 정부 지원 자금을 받아서 임대주택을 완공했거나 건설하는 도중에 부도가 날 경우 세입자 임대보증금을 정부가 전액 물어주는 내용의 '부도 공공건설 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공공 임대주택이 부도날 경우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모두 매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임대주택 대부분이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은 공공 임대주택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임대주택의 부도를 정부한테 책임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미 발생한 부도뿐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부도까지 모두 정부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 부도난 임대주택 2074호를 매입하는 데 1554억원이 필요하고,
앞으로 부도날 가능성이 있는 현재 임대주택 재고량 13만5000호를 전부 매입하려면 최대 14조원이 필요하다.

이 법안은 지난 18대 국회 때도 의원입법으로 발의됐지만 정부의 반대로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19대 국회에서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적용 대상을 모든 임대주택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다시 발의했고,
 
지난 15일 국토해양위 심의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박수현 의원이 '모든 임대주택'을 '공공 건설 임대주택'으로 바꿔 수정 통과시켰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도난 임대주택이 대전·충청권에 많은데,
충청권 출신의 여야 의원들이 합작해 황당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이명수 의원은 충남 아산, 박수현 의원은 충남 공주가 지역구다.

정부 강력한 반대에도 상임위 통과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반대했지만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관리하고 있는 국가산업단지 시설물의 유지·보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가산업단지 조성 시 정부는 진입 도로 등 필수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지자체 등이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식품위원회를통과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안'은 FTA(자유무역협정) 이행으로 발생한 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환수해 농어업인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역시 18대 국회 때 발의됐지만 "기업의 순이익 중 FTA 효과를 분리해서 계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임위에서 폐기됐다.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 및 재정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시 관내 국도의 관리청을 지자체에서 국가로 변경하는 내용의 '도로법 개정안'도 지난 국회 때 상임위에서 폐기된 법률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역구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법안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대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자동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문제가 있는 법안도 버젓이 상임위를 통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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