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 단일화' 외치더니..유불리에 급급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측은 단일화 협상이 막바지 고비를 맞은 21일 여론조사 문항 조율, 공론조사 도입 여부, `(문 후보의) 맏형론' 등을 놓고 공방전을 이어갔다.

지난 6일 두 후보의 전격 회동으로 `아름다운 단일화'를 다짐하며 단일화 협상이 시작됐지만, 양측이 유불리를 철저히 계산하며 때로는 이전투구 양상까지 보이고 있어 단일화 효과가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도 양측 실무단은 협상 과정에서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단일후보 결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 양보없는 싸움을 벌였다. 문 후보 측은 `지지도'를, 안 후보 측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을 고집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비춰 자신들에게 유리할만한 문항을 각각 내세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잠시 논의가 중단됐던 여론조사와 병행할 `+α' 방안인 공론조사까지 재등장하며 양측의 갈등 양상은 더욱 심화됐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저녁 브리핑에서 "우리는 (여론조사 문항) 수정안을 냈으나 안 후보 측은 당초의 원안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협상 난항의 책임을 안 후보 측에 돌렸다.

그러자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우리도 오전에 문 후보 측에 원하는 `지지층 조사' 데이터(표본 구성 방식)를 가져와 보라고 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며 "너희가 양보하라고 강요하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문 후보 측 역시 공론조사 수정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반박이었다.

이에 진 대변인은 안 후보 측이 공론조사 수정안 요구를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물리적으로 TV토론을 5시간 앞두고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한 시점인 저녁 6시에 갑자기 그 제안을 했다"며 "이를 민주당이 거부한 것처럼 브리핑하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재반박했다.

문 후보 측은 특히 안 후보 측이 처음부터 여론조사 외에는 생각이 없었는데 명분 축적용으로 문 후보 측이 받을 수 없는 공론조사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주말 여론조사를 관철하기 위해 시간 지연 작전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와 `+α'안(지지층 조사)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TV토론이 끝난 후에도 지지층 조사를 할 수 있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 후보가 내세우는 `맏형론'과 관련해서도 양측은 신경전을 이어갔다.

문 후보 측 이인영 위원장은 "안 후보도 맏형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면 된다"며 "통 크게 단일화 협상에 임하는 정신을 `허풍떠는 정신'으로 폄하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통큰 양보'를 한다면서 실제로 양보한 게 뭐가 있느냐"며 "맏형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라"는 입장이다.

양측이 합의한 단일후보 결정 시한(후보등록일인 25~26일)을 불과 5일여 남겨놓고 이날도 협상에 실패하면서 `협상 지연'에 대한 책임론 공방도 불거졌다.

문 후보 측 우상호 단장은 "진정성 있게 주고받았으면 좋겠는데 어제도 협상장에서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대체 누가 결정하는 건지, 협상팀은 재량권이 없는 모양인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협상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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