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위원장 "대선후보 재벌개혁 신중해야…중간금융지주사는 찬성"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선 후보들의 일부 재벌 개혁정책에 반대하고 나섰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22일 국회 경제포럼 주최로 열린 '경제 민주화와 공정거래' 강연에서 여야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해법을 조목조목 평가했다.

먼저 정치권에서 제시한 소유구조 개선 방안들은 일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소유·지배구조 개선이나 경제력집중 완화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경쟁시장이 세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기업집단의 규모 확대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바람직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주장한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출총제에 반대하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계열사 확대 등 대기업집단 폐해 억제에 한계가 있고, 미래성장 산업에의 투자 등 기업의 건전한 성장에 필요한 출자까지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출자 여력이 큰 대규모 회사에는 출총제의 실효성이 낮고 외국의 투기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문 후보가 주장한 기존 순환출자 금지 방안에도 난색을 보였다.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 금지에 반대하고 안 후보는 대기업집단의 시정 노력을 평가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순환출자를 금지해도 다른 다양한 유형의 계열사 간 출자로 지배력 유지·확장이 가능해 소유구조 개선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주력회사들이 대규모 순환출자로 연결된 집단은 의결권만 제한해도 당장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되는 등 경영권 방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순환출자 해소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주장하는 지주회사 규제 강화에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박 후보는 현행 유지를 선택했다.

김 위원장은 "지주회사 규제 강화는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저해할 수 있고,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집단도 일반집단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주회사 규제를 더 강화하면 복잡한 다단계 출자구조가 유지되거나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박 후보가 주장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은 찬성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제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고, 대신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집단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도록 하는 제도다.

김 위원장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면 일반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이 유도되고 그 결과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가 주장하는 계열분리명령제는 경제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심각하다며 반대했다.

계열분리명령제는 시장 지배력 남용과 독점 폐해가 발생한 재벌집단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 그 집단에서 분리토록 하는 제도다.

김 위원장은 "계열사 등이 경제력 집중이나 부당지원 수단으로 악용되는지를 판단할 객관적ㆍ정량적 기준을 설정하기 곤란하고, 법 위반 행위와 무관한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대안으로 ▲총수의 경영 전횡과 사익추구 근절을 위한 규제 강화 ▲사회적 감시시스템 확충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발전 의식ㆍ문화 확산 등을 제시했다.

민사적 제재수단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제기한 방안에는 긍정론을 제시했다.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개인이 법원에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금지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가 "행정제재 중심의 공적집행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제도의 적용대상이나 법원과 경쟁당국간 자료 공유 등 세부 사항을 충분히 검토하고서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를 높이는 효과가 있음에도 우리 법체계와 다른 영미법상 제도라는 점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양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어서 연말까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 진출로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에는 "내외국인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잘못을 하면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역차별이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봐서 관련 규정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4대강 영주댐 입찰밀약과 관련해 "위원회에 상정돼 피심의 업체 의견을 받고 있다"며 "다음달 안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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