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23일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안 후보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이날 사퇴회견에서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의 변화의 열망을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제게 주어진 시대와 역사의 소명, 결코 잊지 않겠다”면서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대선을 준비하며 제시했던 새정치 구상을 어떤 형식을 통해서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정치활동을 계속 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한만큼 남아있는 대선기간 동안 정권교체를 위해 문 후보를 도와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나 문 후보 선대위에서 특정한 역할을 맡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낡은 정치관행에 날선 비판을 한 만큼 이를 깰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캠프 안팎에서 신당 창당 등의 구상이 여러번 거론된 바 있다.

◆ 허탈安 지지자, 이탈표 막아라

이날 안 후보의 지지자들은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중도 사퇴 기자회견에는 ‘안됩니다’는 울부짖음이 있었고 그의 페이스북에는 지지자들이 아쉬움을 나타내는 댓글이 가득찼다. 중도사퇴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4만 여명이 안 후보의 페이지를 다녀갔다.

무당파 성향의 중도층의 아이콘이 됐다는 점은 안 후보의 정치적 자산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안 후보 지지층 중 40%는 이미 박 후보에게 기운 상황이다. 나머지 60%는 부동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안 후보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안 후보도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면서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달라”면서 대선국면에서 문 후보 지지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민주당 내부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안 후보는 조직동원과 언론플레이 등 민주당의 낡은 정치관행에 적잖은 실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친노’로 대변되는 민주당의 패권적 정치 행태에 대해서도 4·11 총선 실패 책임 등을 거론하며 자주 우려를 나타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후보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보여준 것을 자산으로 독자적인 정치영역을 구축하려고 할 것”이라며 “문재인 후보 지지활동은 새정치를 위한 조직구축 활동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치인 안철수’, 문 후보가 승리한다면…

정치인 안철수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대선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대선에 승리하게 되면 안 후보는 좋은 국정운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여러번 말했다. 안 후보는 이미 문 후보를 움직여 만든 새정치공동선언 등을 통해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막고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국무총리의 인사제청권과 장관 해임 건의권 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수용하게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문통안총(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국무총리)’ 형태의 권력 분점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 스스로도 국무총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독자적으로 신당을 창당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공동여당으로서 국정에 일정정도 참여하며 경험을 쌓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안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을 한 번 안한 것은 아쉽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안 후보의 역할은 더 커진다. 안 후보 사퇴로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이겨야 하는 책임이 더욱 강해졌다.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민심에 의한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됐을 때 안 후보는 야권 정계개편의 축이 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 패배할 경우 친노들이 야당 정치에 발딛을 틈이 없어진다”면서 “문 후보의 패배는 친노의 이선후퇴와 안 후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야당정치 중심세력의 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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