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한만큼 남아있는 대선기간 동안 정권교체를 위해 문 후보를 도와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나 문 후보 선대위에서 특정한 역할을 맡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낡은 정치관행에 날선 비판을 한 만큼 이를 깰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캠프 안팎에서 신당 창당 등의 구상이 여러번 거론된 바 있다.
◆ 허탈安 지지자, 이탈표 막아라
이날 안 후보의 지지자들은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중도 사퇴 기자회견에는 ‘안됩니다’는 울부짖음이 있었고 그의 페이스북에는 지지자들이 아쉬움을 나타내는 댓글이 가득찼다. 중도사퇴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4만 여명이 안 후보의 페이지를 다녀갔다.
무당파 성향의 중도층의 아이콘이 됐다는 점은 안 후보의 정치적 자산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안 후보 지지층 중 40%는 이미 박 후보에게 기운 상황이다. 나머지 60%는 부동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안 후보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안 후보도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면서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달라”면서 대선국면에서 문 후보 지지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민주당 내부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안 후보는 조직동원과 언론플레이 등 민주당의 낡은 정치관행에 적잖은 실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친노’로 대변되는 민주당의 패권적 정치 행태에 대해서도 4·11 총선 실패 책임 등을 거론하며 자주 우려를 나타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후보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보여준 것을 자산으로 독자적인 정치영역을 구축하려고 할 것”이라며 “문재인 후보 지지활동은 새정치를 위한 조직구축 활동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치인 안철수’, 문 후보가 승리한다면…
정치인 안철수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대선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대선에 승리하게 되면 안 후보는 좋은 국정운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여러번 말했다. 안 후보는 이미 문 후보를 움직여 만든 새정치공동선언 등을 통해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막고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국무총리의 인사제청권과 장관 해임 건의권 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수용하게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문통안총(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국무총리)’ 형태의 권력 분점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 스스로도 국무총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독자적으로 신당을 창당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공동여당으로서 국정에 일정정도 참여하며 경험을 쌓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안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을 한 번 안한 것은 아쉽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안 후보의 역할은 더 커진다. 안 후보 사퇴로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이겨야 하는 책임이 더욱 강해졌다.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민심에 의한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됐을 때 안 후보는 야권 정계개편의 축이 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 패배할 경우 친노들이 야당 정치에 발딛을 틈이 없어진다”면서 “문 후보의 패배는 친노의 이선후퇴와 안 후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야당정치 중심세력의 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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